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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예술

유현목의 한국영화 발달사

by choco 2012. 8. 10.

유현목 | 책누리 | 2011.?~2012.8.4

 

너무 더워서 토요일에 피신 간 미용실에서 오래 붙잡고 있던 이 책을 끝냈다.

 

1997년에 나온 책인데, 아마 지하철의 책 할인코너에서 싸게 샀던 책인 것 같다.  우리 집에서도 꽤 오래 책장에만 꽂혀 있다가 작년에 갖고 다니기 적당한 크기와 두께에 글밥도 많다는 것에 간택을 했는데 이상하게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내내 뒹굴다가 드디어 끝~

 

내용은 한국 영화 태동기인 1900년대부터 해방까지 영화에 대한 소개다.

 

요즘 나온 책이라면 사진도 중간중간 많이 배치하고 테마 별로 묶거나 하는 식으로 시선을 끌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했겠지만 1997년에 나온 책답게 내용에 충실하는 쪽에 집중을 하고 있다.  영화사 교과서나 참고서적처럼 딱딱 시대에 맞춰서 발생부터 성장, 말살기까지를 풀어내고 그 안에 시대 상황, 인물, 작품에 대해서 사전적으로 설명해준다.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좀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흐름과 지식 정리에는 아주 좋은 방법이고 사실 유익하긴 했다. 

 

그냥 대충 알고 있었던 이름들, 대표적으로 나운규, 이 그 시대와 영화 속에서 어떻게 활약했고 또 스러져 갔는지 신문기사처럼 조금은 건조하게 설명해줘 객관적으로 다가오는 느낌도 좋다.  이 책에 어떤 오류가 있는지 짚어낼 정도의 지식이나 비교할 독서가 없기 때문에 장담할 수는 없지만 딴딴한 내용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고 이름은 듣고 있던 저자가 궁금해 프로필을 찾아봤더니 '오발탄'의 감독.

그런데 그 무자비한 가위질을 당한 영화의 감독이 그 가위질의 최종 보스인 박정희 대통령의 용비어천가, 희대의 괴작 '조국의 등불'을 감독했다는 걸 보면서는 '헐~

 

자료니 할 수 없이, 정말 도를 닦으며 참고 보긴 했는데... 정말 북한 방송에서 스카웃 해온 아나운서가 읽은 것 같은 그 닭살 돋는 톤에다 그 참을 수 없는 유치찬란한, 주어를 김씨로 바꾸면 북한에서 그대로 틀어도 될 것 같은 그 내레이션이 바로 유현목 감독의 작품이었다니. --;

 

감독을 한 그 나름의 사연과 이유가 있었겠지만... 살아계시면 연출 의도를 한번 여쭤보고 싶을 정도...

 

얘기가 많이 샜는데 여하튼 이 책은 읽을만 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