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The Truth About Dogs. 모처럼 직역인 제목이다. ^^ 그러나 이 책은 다른 제목보다는 이게 딱인듯.
개가 등장하는 수많은 책들과 달리 이 책의 저자인 부디안스키는 감상적이지 않다. 정말 과학적으로... 개와 동물에 대한 애정과 환상을 무럭무럭 키워주는 수많은 칼럼이나 콘라트 로렌츠 같은 동물행동학자가 우리에게 준 따뜻한 꿈을 팍삭 깨어버린다고 할까.
우후죽순처럼 나오는 감상적이고 환상적인 동물과 인간의 우정을 기대하고 이 책을 읽는다면 실망할 게 틀림없다. 산타 클로스나 요정, 혹은 마법이 이 세상에 없다는 걸 확연히 알게 된 아이가 된 기분.
그렇지만 난 진실은 이 작가와 로렌츠 혹은 좀 더 의인화한 개를 머릿속에 담고 있는 사람들의 중간쯤에 존재한다고 믿는다. 이 책에서 단언한 행동 유형의 상당 부분이 뽀삐 2세에게는 적용되지만 뽀삐 1세에게는 맞지 않았다. 세상엔 수많은 예외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어찌보면 냉정할 수 있는 이 서술 방식과 작가가 풀어내는 과학적인 분석이 나름대로 흥미롭게 다가왔다.
감정적인 교류나 행동과 반응에 대한 부분은 논란이나 보완의 여지가 있겠지만 생리적이거나 유전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특히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었다. 그가 결론 부분에서 주장한 순종을 만들기 위한 동종 교배의 폐해에 대해서 깊이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음.
그러나... 굳이 챔피언 독의 주인이 되는 것을 바라진 않지만... 나 역시 우리 뽀삐가 비슷한 수준의 미모를 지닌 크림색 포메라니언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개, 혹은 길거리 떠돌이 개와 교배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견주들의 의식이 바뀔 날은 좀 멀은듯.
[#M_ more.. | less.. |사실 뽀삐가 두어살 쯤 됐을 때 결혼을 시켜서 새끼를 내볼 생각을 하고 신랑을 물색했었다. 그러나 내 눈에 차는 놈이 한국에 없었다. 바다 건너 일본에는 간혹 끌리는 숫놈들 사진이 있지만 그렇다고 누구처럼 냉동정자를 수입하거나 개를 데리고 일본에 갈 수는 없는 고로... 그냥 패스해버렸었음. 나도 이럴 정도인데 쇼독이나 챔피언 독을 키우는 견주는 잡종개와 교배는 상상만으로도 몸서리를 칠 사건일듯. ㅎㅎ;
지나친 순종 선호로 유전자 풀이 좁혀지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부디안스키의 얘기처럼 최악의 경우에는 건강한 똥개들이 모든 걸 바로 잡아 주겠지.
그리고 마지막 문장은 내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동감가는 명문.
'개가 인간이었다면 상종 못할 망나니였으리라. 하지만 다행히 개가 된 덕분에 그토록 멋진 것이다.'
절대 공감. 개였기에 내가 저 뽀삐 1세와 2세랑 같이 살지... 두 마리 다 인간이었으면 내가 절대 상종 안 할 종자들. -_-;;;
이 책의 저자가 쓴 고양이에 대하여, 말에 대하여라는 책이 다 번역되어 있던데 말은 큰 흥미가 없지만 고양이에 관한 책은 읽어보고 싶다. 일단 밀린 리스트를 좀 소화하고 나면 구입해볼 예정.
개에 관한 책 얘기를 쓴 김에 아래는 명절 특집~ 벌 서는 뽀삐 2세 시리즈 ^^
막 벌서기 시작. 아직은 여유있는 표정. 애교를 어떻게든 모면하려는 상태. ^^
조금씩 지치기 시작. 몸을 등받이에 기대고 헥헥거리기...
점점 심각해지는 상태. 신성 모독이 되겠지만 피에타 관련 그림들이 떠오르기 시작. ^^;;
혀가 쑥 빠져나와 지쳐 죽기 일보직전의 표정. ㅍㅎㅎㅎㅎㅎ 도저히 용서하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