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상으로는 이미 어제가 됐지만 그래도 나의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오늘이라고 하고 쓰자면..
1. 오늘 동네에서 싸이를 봤다.
암울한 추석을 앞두고 오후에 애프터눈 티를 마시고 에너지를 충전한 다음 명절을 보내자~는 취지로 동네 카페에서 티모임을 가졌는데 눈 밝은 한명이 밴에서 내리는 싸이를 발견.
위층 이비인후과에 치료 받으러 온 싸이를 만나러 나를 제외하고 다들 우르르 몰려 올라갔다.
솔직히 나도 가서 사진이라도 한장 찍어올까 하는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예전에 봤던 싸이랑 이 싸이가 다른 사람이 아니고 그때 바로 옆에서 노닥거리면서도 안 찍은 사진을 지금 찍어야할 당위성도 못 찾겠고 해서 그냥 앉아서 가방을 지키고 나중에 바람처럼 차에 오르는 싸이의 옆모습 아주 잠깐과 뒤통수만 봤다.
싸인도 받아온 사람들은 여기저기 전화하고 난리.
참 싸이가 크긴 컸구나.
싸이가 오늘 간 이비인후과는 내가 어릴 때부터 다니던, 딱 할 말만 하고 사근사근과는 거리가 먼 여자 선생님.
때문에 동네 아줌마, 특히 아이 엄마들에겐 평이 그다지 좋지 않은 곳이다.
난 정신과가 아닌 한 의사와는 요점 정리를 선호하는 관계로 애용 중인데, 카페 쥔장 말로는 거기에 가수들이 엄청 많이 온다고 함.
김장훈, 이선희, 그리고 아이돌 ???? 등등.
다닌 햇수로 따지면 수십년인데 왜 난 한 번 구경도 못 했을까?
이 샘이 목을 잘 보나?
목 아파서 간 적은 없으니 잘 모르겠군.
2. 요즘 뉴스에서 안철수 다운 계약서로 완전 전방위 폭격을 가하고 있는 와중이니 당연히 저녁 뉴스에도 그게 거의 헤드 꼭지로 올라왔다.
근데 이 블로그 드나드는 분들은 모두 알다시피 수십년 조동 애독자에다 박정희 골수 찬양파로 안철수도 당연히 싫어하는 우리 부친이 갑자기 열을 내시기 시작.
"그때는 모든 계약을 다 그런 식으로 했는데 그걸 지금 잣대로 들이대서 저렇게 사람을 잡으면 어떡하냐."
순간 박수쳐주고 싶었음.
내 말이 그말.
새누리, 조중동, MBC, KBS 등등.
안철수가 잘 했다고는 나도 말 안 한다.
하지만 댁들이 다운 계약서 쓸 때랑 이번 건에 대해 들이대는 잣대랑 태도가 너무 다르잖아.
이 기준으로 하면 지금 정부에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장관까지 하나도 자리 보전하고 있을 사람 없어.
내가 욕하는 건 그거라고.
우리 부친은 정파에 대한 충성보단 세법 전문가로서 양심이랄까 자존심의 무게가 더 크셨던듯 싶다.
예전에 무슨 청문회 때도 욕을 하면서도 '저건 현재 세법상으로는 탈세가 아니라 절세'라고 인정을 하신 적도 있음.
자기 정파를 위해선 전문가로서 자존심이나 양심도 버리고 눈 질끈 감는 인간들과 비교하는 자체가 우리 부친에게 죄송스럽지만 어쨌든 전문가 자격증만 가진 그런 X놈들에겐 찾아볼 수 없는 이런 싸나이로서 지조 때문에 내가 우리 부친 의 똥고집에 종종 속 뒤집어지면서도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