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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재밌는 일

by choco 2012. 9. 29.

날짜상으로는 이미 어제가 됐지만 그래도 나의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오늘이라고 하고 쓰자면..

 

1. 오늘 동네에서 싸이를 봤다.

암울한 추석을 앞두고 오후에 애프터눈 티를 마시고 에너지를 충전한 다음 명절을 보내자~는 취지로 동네 카페에서 티모임을 가졌는데 눈 밝은 한명이 밴에서 내리는 싸이를 발견.

위층 이비인후과에 치료 받으러 온 싸이를 만나러 나를 제외하고 다들 우르르 몰려 올라갔다. 

 

솔직히 나도 가서 사진이라도 한장 찍어올까 하는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예전에 봤던 싸이랑 이 싸이가 다른 사람이 아니고 그때 바로 옆에서 노닥거리면서도 안 찍은 사진을 지금 찍어야할 당위성도 못 찾겠고 해서 그냥 앉아서 가방을 지키고 나중에 바람처럼 차에 오르는 싸이의 옆모습 아주 잠깐과 뒤통수만 봤다.

 

싸인도 받아온 사람들은 여기저기 전화하고 난리.

참 싸이가 크긴 컸구나.

 

싸이가 오늘 간 이비인후과는 내가 어릴 때부터 다니던, 딱 할 말만 하고 사근사근과는 거리가 먼 여자 선생님.

때문에 동네 아줌마, 특히 아이 엄마들에겐 평이 그다지 좋지 않은 곳이다.

난 정신과가 아닌 한 의사와는 요점 정리를 선호하는 관계로 애용 중인데, 카페 쥔장 말로는 거기에 가수들이 엄청 많이 온다고 함.

김장훈, 이선희, 그리고 아이돌 ????  등등.

다닌 햇수로 따지면 수십년인데 왜 난 한 번 구경도 못 했을까?

이 샘이 목을 잘 보나?

목 아파서 간 적은 없으니 잘 모르겠군.

 

2. 요즘 뉴스에서 안철수 다운 계약서로 완전 전방위 폭격을 가하고 있는 와중이니 당연히 저녁 뉴스에도 그게 거의 헤드 꼭지로 올라왔다.

 

근데 이 블로그 드나드는 분들은 모두 알다시피 수십년 조동 애독자에다 박정희 골수 찬양파로 안철수도 당연히 싫어하는 우리 부친이 갑자기 열을 내시기 시작.

"그때는 모든 계약을 다 그런 식으로 했는데 그걸 지금 잣대로 들이대서 저렇게 사람을 잡으면 어떡하냐."

순간 박수쳐주고 싶었음.

 

내 말이 그말.

새누리, 조중동, MBC, KBS 등등.

안철수가 잘 했다고는 나도 말 안 한다.

하지만 댁들이 다운 계약서 쓸 때랑 이번 건에 대해 들이대는 잣대랑 태도가 너무 다르잖아.

이 기준으로 하면 지금 정부에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장관까지 하나도 자리 보전하고 있을 사람 없어.

내가 욕하는 건 그거라고.

 

우리 부친은 정파에 대한 충성보단 세법 전문가로서 양심이랄까 자존심의 무게가 더 크셨던듯 싶다.

예전에 무슨 청문회 때도 욕을 하면서도 '저건 현재 세법상으로는 탈세가 아니라 절세'라고 인정을 하신 적도 있음.

자기 정파를 위해선 전문가로서 자존심이나 양심도 버리고 눈 질끈 감는 인간들과 비교하는 자체가 우리 부친에게 죄송스럽지만 어쨌든 전문가 자격증만 가진 그런 X놈들에겐 찾아볼 수 없는 이런 싸나이로서 지조 때문에 내가 우리 부친 의 똥고집에 종종 속 뒤집어지면서도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