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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나이 먹는다는 것

by choco 2013. 2. 25.

기획안 발주가 밀려오는 시즌 + 정부 지원공모 마감이 겹쳐서 좀 바쁘기도 했지만... 블로그에 흔적을 남기지 못한 건 개인적인 심란함 때문이었다.

 

2월 초에 친구들과 모여서 티모임을 가질 때... 고등학교 시절 내 짝이었고 그때부터 친구란 이유로 대학 때까지 줄기차게 일만 있으면 반주를 해주던 (당연히 반주비 없음. 선물이나 밥으로 달랑~) 친구가 유방암 검사 때 작은 이상이 있어서 조직 검사를 했다는 얘기를 했었다.

 

그건 오래 전 나도 해봤던 거라 의사들은 쬐끔만 이상 있어도 무조건 다 조직검사 넘긴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호언 장담을 했다.  실제로 내 주변이 거의 다 그렇기도 했고.

 

그런데... 지난 주에 회의 갔다 오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다음 주에 수술을 하니 금요일에 예정된 모임에 나가서 상황을 좀 전해달라고.  

순간 머리가 멍했다.

 

이제 나이가 나이다 보니 주변에 나보다 윗 연배는 암 수술한 사람들은 흔하고, 또 나보다 어리거나 같은 나이인 사람도 수술은 물론이고 암으로 떠나는 걸 보고 들었다.  그런데 나란히 앉아서 수업 듣고 도시락 까먹고 매점으로 뛰어다니던 친구의 수술 소식은 그 충격이랄까...  다가오는 강도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

 

남편이 의사니 오죽 잘 알아서 하겠냐 싶기는 한데... 앞으로 예정된 치료 계획을 들어보니 친구가 얘기하는 1기를 넘어선 수준인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초기니 예후가 좋을 거라고 얘기를 막 해주고 실제로 그럴 거라고 믿기는 하는데... 가슴 한구석이 묵직. 

 

한 10년 쯤 뒤에 내가 그때 이런 쓸데없는 걱정을 다 했었다고 웃으면서 지금 일을 얘기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