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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2/단상

살풀이 한판

by choco 2013. 3. 30.

지금 이런 거 쓸 시국이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다 한 판 풀어놓지 않고선 도저히 풀리지 않을 것 같아서 와다다다다.

 

이솝 우화 중에 낙타와 주인의 얘기가 아주 절실하게 와닿는다.

 

다 알겠지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주인과 낙타가 함께 길을 가다가 밤에 천막을 쳐놓고 주인이 들어가서 자려니까 낙타가 너무 추워서 그러니 자기도 머리만 천막에 넣고 자면 안 되냐고 주인에게 묻고 주인은 허락한다. 근데 쫌 있다가 다시 앞발까지만 넣으면 안 되겠냐고 물어보니 마음 착한 주인이 OK.  그렇게 야금야금 결국은 천막 안을 다 차지한다는 에피소드인데...  내 주변엔 요즘 왜 이렇게 낙타들이 우글우글이냐.  -_-:;;

 

3일날 콘진 마감이 워낙 빡세기 때문에 2주 전부터 교통정리를 다 했다.

안 가도 되는 회의도 미리미리 가주고 3일까지는 나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해놨었음.

 

근데 목요일인가엔 모 감독이 다음주 콘진 마감 끝내고 주기로 한 대본 빨리 주면 안 되냐고 징징징.

일정 안 될 것 같으면 난 기획료만 주고 다른 작가한테 토스해도 된다고 그렇게 얘기했건만.

어지간하면 땡겨주겠는데 지금은 정말 때려죽여도 안 될 상황이라 본래대로 담주 금요일까지 해도 되면 가고 아니면 작가 바꾸고 알려달라고 했는데 소식 없음.

그것 때문에 심란해서 아까운 시간 몇 시간 허비.

 

어제는 방통위 2차 통과가 됐다는 좋은 소식과 함께 이 할 일 없는 것들이 수정 의견을 반영한 3차 안을 본 뒤 최종적으로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얼토당토 않은 소식이 도착.

 

그 수정을 당장 해달라고 팔팔 뛰는데... 이건 월요일까지 내는 거라 도저히 안 해줄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결국 시놉시스 수정까지만 해주기로 했다.

그것만으로도 솔직히 난 어제 멘붕이었다.

 

그런데.... 오늘 오후 4시쯤, 갑자기 구성안까지 다 써달라고.  -_-+++++++

내가 죽을 각오를 하고 머리를 넣어줬더니 몸통까지 다 넣어달라는구나.

정말 이번엔 팔팔 뛰면서 본래대로 시놉까지만 정리하기로 다시 결론.

 

그 이후 정말 언제 되냐고 미친듯이 전화가 오더니... 막 보내려는 찰나, 워드로 그것도 편집 용지 가로로 작업해서 넣어달라고.  -_-;

한글 파일 보낸 거 자기들이 거기로 옮기면 손가락이 부러지냐!!!

문제는 지금 내 컴에 깔린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어서 워드가 안 된다는 거!

 

애초에 머리를 넣어준 내게 잘못이 있다고 그냥 인정하고 넷북으로 작업해서 방금 보내줬다.

수정 어쩌고 하면 정말 불을 뿜어버리겠음.

 

오늘 가구성안 하나 나와야 하는데... 지금 이 기분으론 도저히 아무 것도 눈에 안 들어온다.

잠깐 샤워하고 머리를 식힌 다음 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