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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2/단상

결정

by choco 2013. 8. 27.

2박 3일 동안 온전히 먹고 놀고 쉬고 '간송 전형필'을 읽으면서 남는 시간 동안 여러가지 생각을 실컷 할 수 있었다.

 

대단하다면 대단하고 아니라면 아닐 수도 있겠지만... 8월 내내 내 목의 가시였던 고민을 어젯밤에 정리하고 오늘은 전화해서 마무리를 지었다.

 

겉으로 포장하기엔 내가 옳다고 믿는 양심의 하한선을 넘어가는 일이기에 안 하겠다!!!고 멋지게 선언하는 거면 좋겠으나... 가슴에 손을 얹고 따지면 양심의 하한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정도.  나머지는 내 노동력에 비해 턱없이 못 미치는 페이와 자존심 문제 등등이 모두 결합해서 임계점을 넘었다.

 

서로 프로니 만큼 최고로 우아하게 이유를 포장하고 얼굴 붉히지 않고 결별을 하긴 했으나 이 결정이 내게 결코 이득이 되지 않을 거라는 건 안다.  언제 일이 끊길지 모르는 프리랜서로서 간 큰 짓을 했다는 걸 알지만 그렇게 결정하고 전화로 끝을 내고 나니 가슴에 있던 돌덩이는 사라지고 정말 행복하네. 

 

앞에 나서서 피를 흘리고 싸우는 독립 투사가 있고, 간송처럼 조용히 자기의 능력 안에서 가족의 행복을 지키면서 최선을 다해 옳다고 믿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는 사람도 있는 거다.  난 최대치가 간송이나 오세창 선생 정도인듯.  어쨌든 어떤 순간에도 최저치로 가지 말고 중간은 하고 살자. 

 

좀 덜 먹고 덜 쓰면 되는 거지.  그러면 되는 거다. 

무엇보다 지금 내 마음이 가볍고 행복하니까.  이것만으로도 잘 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