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무용제에서 상도 받고 어쩌고 했다는데 난 순전히 윤이상의 음악을 듣고 싶어서 간 공연~
공연 카피에 눈으로 보는 윤이상의 음악 어쩌고 하던데 이 공연을 가장 적절하게 묘사하는 표현이 아닌가 싶음.
춤을 통해 윤이상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이용한 두 독재자들이 남과 북에서 각각 날뛰는 시대에 태어나 그 비극을 한몸에 겪고 구사일생해서 결국 그리던 고국에 돌아오지 못 하고 먼 타향에서 눈을 감은, 한 천재 음악가의 인생을 그려보겠다는 것이 이 무용극의 의도였다.
하지만 내 느낌으로는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감상이니까~- 글쎄?
중간중간 인터뷰라던가 영상을 활용해 그를 설명하려는 노력이 돋보이긴 했지만 윤이상이라는 인간, 음악가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는 사람에게는 이 작품 자체로 그를 만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예술 작품이라는 건 그 자체로 관객에게 다가가고 이해되어야지 다른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면 그건 실패라는 게 내 개인적인 의견이라... 무용극의 전체적인 짜임새라던가 구성은 특별히 뛰어나다거나 하는 건 모르겠다.
다만 많은 아이디어를 갖고 그걸 최대한 난잡하지 않게 풀어내려는 노력은 인정한다.
중간중간 다큐멘터리 기법을 쓰고, 영상이라는 매체를 잘 이용하고 조명의 텍스쳐를 살리고, 텍스트를 통한 설명 등등. 평면적으로 풀어내려는 건 아니었던 것 같긴 함.
특히 좋았던 건 윤이상의 오보에 2중주를 1983년에 초연했던 잉고 고릿츠키가 직접 연주하는 걸 무대에서 볼 수 있었다는 거. 근데 같이 갔던 동생은 그때 엄청 졸았다고 함. ^^;;; 춤도 나쁘지 않았고 윤이상의 음악들을 다양하게, 빵빵한 스피커로 원없이 듣고 왔다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충분히 만족한 시간이었다.
그나저나 올해 LG 아트센터를 꽤 자주 가는 듯 싶다. 이 공연을 본 다음 주에는 템페스트를 봤고 담달엔 기다리던 플라멩코 공연이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