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얼마만에 쓰는 책 감상문인지. ^^;
간혹 트위터에는 짤막하게 뭐 읽었다 한줄 정도로 기록은 했지만 진이 좍좍 뽑히는 일들이 이어지다보니 찬찬히 읽은 책에 대한 기록을 한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읽었던가 가물거리는 것들도 많지만 생각나는대로 하나씩 발굴을 해서 최소한 읽었다는 흔적은 여기에 적어둬야할 것 같다.
여름에 가족 여행 때 가져간 책이다. 나왔을 때부터 사려고 장바구니에 넣어놨다가 올해 초인가 지른 것 같은데... 그러고도 한참 있다가 겨우 읽을 엄두를 냈다. 책을 잡기까지는 오래 걸렸지만 일단 손에 잡은 다음부터는 일사천리~
저자인 이충렬 작가가 서두에 고백한 대로 이 책은 일종의 팩션이다. 간송 전형필이라는 정말 한국인으로 감사해야할 대소장가의 생애와 그의 족적을 따라가긴 하지만 일정 부분은 재미를 위한 작가의 상상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저자 스스로 밝힌 몽유도원도 에피소드를 제외하고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상상인지 모를 정도로 매끄럽게 내용이 이어진다.
간송이 찾아낸 훈민정음이며 추사나 겸재의 글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들은 이미 알고 있음에도 다시 가슴이 뛰고 흥미진진하다. 그가 지켜낸 한국의 보물들을 흩어지지 않게 관리해주고 있는 간송 선생의 후손들에게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절에는 다 친일할 수 밖에 없었다고 이제는 아예 대놓고 꺵깽거리는 인간들에게 이 책을 좀 읽으라고 던져주고 싶다.
이 책을 읽을 당시에 고민하던 일이 있었는데 양심의 하한선을 지키자는 결심의 계기를 줘서 개인적으로 더 고마운 책. 휴가 내내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밤에 눈 감고 내용을 복기하다가 털어내기로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모두가 다 만해나 육사가 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다까기 마사오는 되지 말아야겠지. 이날 이후 내 양심의 롤 모델은 이 간송이나 오세창 선생에 두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