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노 교코 | 이봄 | 2014.11.?
도서정가제 대란 때 싸게 지른 책 중 한권. ^^
이 나카노 교코라는 저자는 테마를 잡아서 글을 참 잘 쓰는 것 같다.
그걸 위해서는 미술사적 지식 외에 역사 전반에 대해서도 아는 게 많아야하는데 이런 류의 책이 요구하는 수준의 깊이는 갖추고 있어서 별다른 거슬림없이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었다.
내용은 엘리자베스 1세와 스코틀랜드의 메리 스튜어드 여왕을 제외하고는 제목 그대로 왕과 버림받거나 천대받은 왕비들의 잔혹사이다.
내 성격이 멍청하거나 자기 위치에 걸맞지 않는, 생각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무~~~~지하게 싫어하는 고로 첫 챕터인 엘리자베스1세와 메리 스튜어드의 챕터에선 메리 때문에 페이지가 정말 안 나갔다. 왕, 혹은 여왕으로 태어났으면 거기에 걸맞게 제대로 생각이란 걸 하고 살아야지 오로지 자기 욕망에 충실해서 주변은 물론 자신까지 파괴하는 걸 보면 다 아는 얘기임에도 짜증이 팍팍 나서 피하는데 여기서는 하필이면 첫 장이라서 아주 고역이었다.
그림들도 그다지 땡기지 않았던 것도 진행이 느렸던 이유 중 하나라고 스스로 짐작.
이렇게 첫 장에서 잠시 지지부진했던 걸 제외하고는 나름대로 술술 읽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리가리타 공주의 초상화는 빈에 갔을 때 본 기억이 나서 더 재밌게 읽었고 3장 이반 뇌제의 스토리는 첫 황비 아나스타샤와 아들의 죽음은 대충 알고 있었지만 나머지 6명의 황비들은 잘 몰랐던 내용들이라 더 흥미진진했던 것 같다. 그림도 실제로 본적은 없으나 유명한 그림들과 모르는 그림들이 섞여 있어 복기하는 즐거움도 쏠쏠했다.
4번째 장인 조지 1세와 조피아 도로테아의 얘기는 각자의 단편적인 일화들은 알고 있었지만 이 부부를 묶어서는 아는 게 전혀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사실을 만난다는 부분에서 역시나 큰 즐거움을 느꼈음. 그러나 그림은 사실 별로 내 취향은 아니었던 것 같다.
마지막 5번째 장인 헨리 8세와 앤 볼린은.... 앤 볼린이 프랑스에 머물 때의 이야기를 제외하고 그 후반부는 이미 너무 많이 알고 있던 부분이고 그림들도 눈에 익고 또 역시나 그닥 내게는 매력이 없었던 그림들이라 그냥 설렁설렁.
분류는 미술에 속하는 책이지만 도판은 그렇게 다양하지 않다.
굳이 무게중심을 찾자면 그림보다는 역사쪽에 살짝 더 추가 기울어진.. 작고 얇고 편하게 읽기 좋은 책.
머리 복잡하던 때에 나름 즐거운 독서였다.
덧. 지금 태어나서 다행이야라고 새삼 생각. 더불어 X같은 나라라고 한국 욕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프가니스탄이나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지위가 형편없이 낮은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도 정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