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네하라 마리 | 마음산책 | 2013. 2.? -?
원제는 旅行者の朝食.
올 초에 ㅌ님 댁에 놀라갔다가 강력 추천을 받고 빌려왔는데 만화책조차도 무지하게 읽히지 않던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하루만에 끝을 냈던 것 같다.
이런 류의 자기 경험담이나 신변잡기를 풀어낸 책을 읽으면서 작가에게 매력을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이 책은 예외적으로 작가에게 홀라당 빠지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저자의 프로필을 보니까 2006년에 56세의 젊은 나이에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나오던데 만약 이 언니가 살아 계셨다면 직접 찾아뵙고 책에 사인이라도 받아오고 싶을 정도로 본받고 싶은 왕언니.
좀 더 진솔하게 고백하자면 내가 살고 싶었던 모습이랄까. 어떤 의미에선 내 영혼의 쌍둥이를 만난 것 같이 사물에 대한 느낌이나 시각에서 일치되는 게 많고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갔다. 따라하기에 이제는 늦었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정말 이 언니처럼 살다 가고 싶다.
이렇게 절대 만날 수 없는 인물과의 접점을 시간과 공간을 넘어 찾게 해주는 게 책이라는 매체가 가진 최고의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설이 너무 길었는데, 그래도 책에 대한 소개를 간략하게 하자면, 이 책은 요네하라 마리라는 골수 공산주의자인 부모 -부자인 부모가 물려준 유산마저도 당을 위해 다 바칠 정도로- 밑에서 태어나 프라하에서 성장했고 러시아어를 전공해 러시아어 동시 통역사이자 작가로 맛있는 걸 원없이 먹고 살다 간 여자가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먹었던 음식에 대한 추억을 기록한 책이다.
보통 어린 시절의 음식이나 세계를 누빈 식도락의 얘기가 나오면 향수를 자극하는 감성이나 각국의 역사가 펼쳐지지만 그녀의 시각은 좀 다르다. 아주 유쾌하게 경험과 문화를 풀어낸다. 문장이나 에피소드에서 묻어나는 그 유머감각은 때로는 배를 잡게 하고 때로는 키득거리게 한다. 무시무시하게 맛이 없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하는 그 전설적인 구 소련의 통조림 '여행자의 아침'마저도 먹고 싶어진다. ^^;
그렇지만 가장 땡기는 건 ㅌ님도 그랬다지만 냉동 대팻밥 생선. 이건 언젠가 겨울에 중앙아시아에 여행가서 꼭 한번은 먹고 와야겠다. 그리고 러시아까지는 힘들겠지만 그리스에 가면 그 파란 통에 든 전설의 할바도 먹어보고 죽어야지~
내게 유쾌하고 맛있는 세상을 열어주고 가신 요네하나 마리 언니~ 저승에서 꼭 한번 뵐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