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이 끝나면서 2014년 공연 라인업이 여기저기서 날아오고 있다.
피나 바우쉬의 Full Moon 공연 소식을 보니 모 작가님이 포털에서 까인(?) 사건과 엮여서 떠오르는 기억 하나.
1978년으로 기억되는데... (물론 이때 나는 피나바우쉬가 누군지도 몰랐고 그녀가 한국에 왔는지도 몰랐다. 당시 내 문화적 관심의 수준은 마징가제트나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 정도. ^^) 그녀는 초기 걸작 중 하나인 '봄의 제전'으로 내한공연을 했다.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니진스키의 봄의 제전 이후 최고의 봄의 제전이라고 찬사를 받던 그 작품은 한국에서 딱 1회 공연만 하고 막을 내려야했다.
이유는? 너무 야해서. -_-;
2010년에 LG아트센터에서 이 공연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마지막 희생제물이 되는 무용수의 가슴이 드러난다. 하지만 그건 벗기 위한 노출이 아니라 격렬한 죽음의 춤 가운데 너무나 자연스러운 연출이고 안무고 봄의 제전이란 음악의 내용이나 배경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거기에 대해 야하다는 생각을 한다는 게 오히려 힘들다.
그렇지만 1978년의 한국에선 단지 가슴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세계가 찬양하던 걸작을 내려버렸다.
2000년대 초중반 프랑스 무용단인가... 토월극장에서 했던 그 공연에서는 막판 클라이막스에서 여자 무용수는 전라로 춤을 췄었다. 그때 그 시절이었으면 공연을 끝내는 정도가 아니라 공연 관계자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찼지 싶다는 생각이 드네.
예술이라는 건 창의적일수록 본질적으로 더 반항적이고 삐딱한 것인데....
어용 예술의 최대치는 미술에서는 다비드의 일련의 나폴레옹 시리즈. 음악에서는 쇼스타코비치의 레닌그라드 교향곡. 무용은 그리가로비치의 사랑의 전설 정도?
문학은? 떠오르는 게 없구나.
유신시대의 암울함을 너무 어려서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고마워했는데... 어정쩡한 나이에 정말 제대로 뒤통수를 맞고 있군. 부녀가 세대를 넘어서 골고루 하시는구나.
같은 핏줄 아니랄까봐 코메디의 레퍼토리도 장르만 바꿨다 뿐이지 어쩌면 그렇게 똑같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