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도편수라는 호칭이 더 착 달라붙지만 세상이 그를 이렇게 부르니 나도 대세를 따라서.
1998년인가 99년에 그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했었고 또 몇년 전 광화문 복원 관련 기록 영상을 만들 때도 잠깐 스쳤으니 안다고 해도 거짓은 아닌... 내 일의 역사를 스쳐간 이름 중 하나인데 오늘 뉴스를 보니까 빼도박도 못 하게 걸린 모양이다.
남대문 복원이 제대로 됐네 어쩌네 할 때부터 이미 문화재 복원에 대해 아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다 짐작하던 바이긴 하지만 그래도 확인 사살이 되니 찝찝하고 서글프고 그렇구나.
내가 만들었던 프로그램의 주인공에게 다 애정을 가져야 마땅하겠지만 솔직히 그런 경우는 그닥 많지 않다. 직업이니까 그냥 기계적으로 만져주는 거지 속으로는 욕 나오는 경우마저도 종종 있지만 신응수 씨의 경우는 꽤나 호감을 가졌고 이후 그의 행보를 보면서 뭔가 뿌듯하고 했었는데 사람이 초심을 지키면서 마지막까지 가는 건 정말 보통 의지와 굳건한 심기를 갖지 않고는 쉽지 않은 거로구나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이미 아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냥 다 함께 알자는 의미에서... 남대문 태워먹은, 문화재나 역사에 대한 인식이라고는 1g도 없는 이메가가 자기 끈 떨어지기 전에 다시 겉보기라도 세워놓으라고 닥달하는 바람에 엉망진창으로 다시 올라간 남대문.
목조 건물에 기둥이나 대들보로 쓰는 나무는 최소한 3년 이상은 적절한 환경에서 말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래서 신응수씨처럼 큰 공사를 하는 대목장들은 자기 나무 공장을 가지고 있고 거기에 공사를 위해서 좋은 육송을 건조하는 작업을 한다. 이건 문화재는 당연한 거고 제대로 짓는 한옥 목조 건물도 마찬가지다. 한옥에 대해 좀 아는 건축주들이 일단 좋은 나무부터 구해 사쟁여놓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목조 건물인 문화재 복원에 시간이 걸리는 이유도 이 제대로 된 나무를 구하고 말리는 기간 때문인데... 숭례문 복원에 걸린 시간은 다들 아는 그대로~ 나무를 잽싸게 말리는 신기술이 개발되지 않은 이상 그 시간 상 절대 온전한 함수율을 가진 나무가 줄줄이 나올 리가 없지.
나처럼 쓸데없는 기억력만 좋은 사람은 아마도 기억을 할 텐데... 예전에 -아마도 아버지 박통 때인듯?- 무슨 문화재 수리인가 복원이랍시고 해놨는데 나무가 다 터져서 철사줄로 칭칭 동여매놨던 사진이 떠오르는 요즘이다. 그때는 먹고 살기 바빠서 그런 거 제대로 챙기고 자실 여력이 없었다고 최소한의 쉴드라도 쳐주겠지만 지금은 뭐라고 해야 할까?
당장은 아니겠지만 남대문은 이리저리 땜빵하다가 결국 다시~를 외치게 될 텐데...
수백년 동안 전쟁이며 개발을 간신히 피해 뿌리박고 살았던 아까운 나무들이 두 번 죽게 생겼구나.
불쌍한 나무들... 불쌍한 내 세금. ㅜ.ㅜ
윗대가리 하나 잘못 뽑으면 그 피해가 얼마나 두고두고 가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이메가 일당이지 싶은데...
문제는 더한 것들이 지금 자리 차지하고 있다는 거.
내 살아 생전에는 X 치우는 것만 보지 싶다는 암담한 전망이... -_-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