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갈등이나 반전 없고. 그냥 편안하게 주변과 캐릭터, 에피소드를 즐길 수 있는 만화를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딱인 책이다. 꽤 오랫동안 언젠가 봐야지만 하다가 대충 추석 연휴 즈음에 빌려봤던 것 같음. 1달 이상 시간이 흐르다보니 가물가물이다. -_-;
시작은 일단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 혈혈단신 외롭고 어렵게 대학을 졸업한 여주가 입사면접을 보러 가다가 사고를 당하고 그 당사자가 본래 입사 시험을 보려던 회사 사장. 상냥하고 여성스런 여주와 외로운 남주가 그냥 눈이 맞아버려서 바로 결혼으로 골인. 그야말로 부엌데기가 여왕님이 되어 으리으리한 대궐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에덴 동산에 늘 존재하는 것이 뱀이니... 고아인 남주의 할머니가 살아계신데 이 귀족적이고 공주과인 할머니 눈에 보따리 하나 달랑 들고 들어온 여주가 예쁠 리가 없다.
초반부는 여주를 밀어내려는 할머니와 다가가려는 여주의 분투기. 그러다가 할머니가 받아들인 다음에는 서서히 늘어나는 주변 인물들과의 에피소드가 길게, 혹은 짧게 이어진다.
그 모든 얘기를 싣고 가는 일종의 끈끈이랄까 배는 여주의 요리. 남편에게 사랑의 도시락을 싸주는 여주의 초반 요리는 정말 전형적이고 소박한 가정요리. 부잣집 수준에 맞추다보니 점점 격이 높아지고 요리 종류도 화려해진다. 하지만 이 얘기는 요리가 주인공인 요리 만화는 아니다. 다양한 요리의 비중이 50% 나머지는 사람들의 얘기. 그 적절한 배합이 재미있었다.
본 내용과 상관없니 내게 재미있었던 것은 그림에 등장하는 그릇과 티세트들. ㅎㅎ; 비록 그림이지만 웨지우드의 마들레인 시리즈며 와일드 스트로베리, 에르메스, 마이센 등 도자기들 퍼레이드는 눈요기로 최고였다. 그런 재벌집에 게이또나 노리다케의 중가 라인이 등장했다면 실망했을 텐데 작가의 섬세한 디테일에 감탄했음.
분명 신데렐라긴 하지만 궁상맞지 않고 또 납득이 가는 가정주의자 전업 주부 -물론 형편이 받쳐주니 가능하겠지만- 의 모습이 예뻤다. 내가 할머니라도 이런 손자 며느리는 예뻐할 수밖에 없을듯.
그런데.... 10권이 나온지 벌써 몇년째인데 왜 다음 권이 나오지 않은 건지. -_-;;; 일본 작가들의 극악 연재와 연재 중단 리스트에 또 한명을 올려야겠다.
책/만화
여주인의 런치타임
사키코 모리야 | 학산문화사 | 2006. 추석 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