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재밌다는 얘기는 무수하게 들었지만 완결이 나지 않았고, 또 이상하게 제목이 땡기지 않아서 내내 미뤘던 만화. 어제 거의 1년을 끌어온 프로젝트를 끝낸 내게 상을 주는 의미에서 대여점에 갔는데 마침 있길래 집어왔다.
12시가 넘어 시작을 했다. 본래 김연아양 경기를 할 때까지 한두권만 보고 자려고 했는데 스케이트 편성된 시간에 테니스와 자동차 경주를 해주는 cctv 때문에 열받아서 그냥 만화로 다시 복귀. 8권을 모두 다 보고 잤다. 그런데 그 보기 싫은 자동차들이 금방 끝나고 중계를 했다고 한다. ㅠ.ㅠ;;; 오늘은 sbs 에서 중계한다니까 봐줄 예정.
여하튼 각설하고 무지~하게 피곤한 상태임에도 새벽이 될 때까지 책을 놓지 못할 정도로 얘기가 재미있다. 내가 좋아하는, 부담없는 옵니버스 형식이지만 살짝살짝 스토리 진행이 있는 옵니버스라서 긴장감이 늦춰지지 않는다.
스토리는 간단. 초 부자들만 다니는 -도대체 일본엔 이런 학교가 얼마나 많은 거냐??? 꽃보다 남자부터 시작해서 너무 잦은 설정인듯- 학교에 특대생으로 입학한 찢어지게 가난한 여학생. (그녀가 여학생이란 건 좀 뒤에 밝혀진다) 조용히 공부할 곳을 찾아 음악실로 들어갔다가 호스트부를 만든 꽃미남들을 떼로 만나고 800만엔짜리 꽃병을 깨뜨리면서 노예(?) 생활 시작. 굳이 남자인척도 하지 않았지만 두꺼운 안경에 워낙 후줄근한 여주라 당연히 남자라고 믿었던 호스트부 6인방은 뒤늦게 여자인걸 알지만 그냥 고~고~
이사장의 아들인 초꽃미남에 90% 멍청과 주책, 10%의 카리스마를 오가는 부장.
엄청난 계산쟁이에 야심가인 부장의 친구인 차장.
꺼꾸리와 장다리 커플(?)인 3학년생 2명.
쌍둥이인 1년생 2명.
이중에 3학년 생을 제외한 4명은 은근슬쩍 여주를 사모하는 분위기. 중간중간 사랑의 방해자도 등장을 했다가 사라지지만... 여하튼 아주아주 천천히 내용이 진행이 되는데 이 정도 재미라면 앞으로 수십권을 끌어도 용서할 수 있다.
심각하게 설정과 개연성을 따지는 사람들에겐 정말 유치발랄이란 소리를 들을지 몰라도 나처럼 유치한 것도 그 안에서만 탄탄하면 얼마든지 함께 빠져들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에게는 두팔 벌려 환영받을 이야기. 드렉퀸인 여주의 아버지며... 호스트 문화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것 등등... 정말 일본이니까 가능한 발상과 진행이란 생각을 했다.
애니매이션으로도 나왔다는데 보고 싶다.
화장실용으로 티베트 마법의 서 다음에 마법의 역사를 비치했는데 너무 연달아 마법 얘기를 읽어서 영 집중이 안된다. 오늘 그냥 서유기로 교체. 10권짜리 전집인데 순수하게 화장실 안에 둔다면 얼마만에 다 읽을 수 있을지 그것도 사뭇 궁금.
책/만화
오란고교 호스트부 8
하토리 비스코 | 학산문화사(만화) | 2006.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