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상에 몰두하면서 우울함에서 벗어나려고 노력을 하다보니 음악을 자꾸 찾아듣게 된다.
들을 꺼리를 찾아 방황하다가 찾아낸 유투브.
이미 사라져간 존재에 대한 미련이거나 편견일 수 있겠지만... 요즘 펄펄 날아다니는 랑랑 등등 피아니스트보다 내가 어릴 때 전성기를 누리다 이미 떠난 피아니스트들의 연주가 내 취향에 참 맞는듯.
음악 하나에만 미쳐서 갈고 닦은 천재들도 의미가 있지만 난 20세기에 거의 멸종한, 다방면의 교양이 몸에 익고 그것이 농익어 자기 분야에 묻어나오는 르네상스적인 천재들을 많이 동경하는 것 같다.
아무리 평온해 보여도 사연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없겠느냐마는... 냉정 시대를 살았던 예술가들이 부딪쳐야했던 디아스포라며 그 드라마틱한 부침과 감정은 고국과 제 2, 제3의 조국을 자유롭게 오가는 키신 같은 냉전 시대 이후 예술가들은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겠지.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이해 못 하는 건 마찬가지겠지만.
연습하는 걸 엄청 싫어했다는 (그래도 열심히 하기는 했음) 이 호로비츠 할아버지의 연주는 언제 들어도 참 좋다.
라흐마니노프의 러시아적인 드라마틱함은 이 할아버지만큼 제대로 맛을 내는 분이 없는 것 같음.
고등학교 2학년 때 피아노과 1등으로 졸업 협연하는 선배가 이 라흐마니노프 3번을 쳤었다.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반주를 하면서 홀딱 빠졌던 곡인데 수십년이 지나도 여전히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