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에 별동언니와 점심 먹으러 나간 날 시작했고 오늘 회의하러 가는 길에 반 남은 걸 끝을 냈다.
이런 류의 다이제스트 북을 쓰는 경우 좀 위험한 시도인 것 같은데... 이 책은 상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이 책의 저자와 비슷하거나 중립이거나, 별다른 관점이나 관심이 없는 사람은 작가의 위트에 때로는 킬킬거리면서 즐겁게 동조할 수 있겠지만 반대 입장에 선 사람들에겐 거슬리는 흐름이 될 것 같다.
이렇게 서설을 풀어놓으면 난 동조에 섰다는 걸 대충 짐작을 할 것이라 믿고... 솔직히 고백하자면 재밌었다. 소리를 재생해내는 하드웨어에 대한 흐름, 그것과 얽힌 역사적인 사건. 한때는 현재였지만 이제는 역사가 된 연주자와 그룹들까지. 자칫 산만해질 수 있는 내용이 한 꾸러미에 줄줄이 잘 이어져있다.
이 한권만으로도 에디슨 축음기부터 현재의 mp3까지 대강의 오디오사와 그 기기에 연결된 예술가들, 회사들의 흥망성쇠에 대해 파악이 될 정도. 물론 짧은 분량 안에 축약을 시키다보니 튕겨지거나 약간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들도 있지만 몇개의 티가 전체의 가치를 떨어뜨릴 정도는 아니다.
내 개인적으로는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의 중도한 오류를 수정하는 성과도 얻었고. -사실 그 부분을 체크하기 위해서 이 책을 산 것이 이유였으니까 역할 완수라고 해야겠지. ^^-
그다지 많은 나이도 아는데 이 책을 보면서 괜히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내가 한참 음악을 듣고 활동할 때 시대의 총아는 CD였는데... 그 화려한 유혹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LP를 고수하고 있는 걸 보면 난 역시 아날로그인 모양이다. 그러나 LP 매니아의 막연하고 근거없는 불평이 아니라 인간의 주파수 밖에 있는 배움대가 포함된 음향과 그것이 제거된 음향은 성악에선 정말 심하게 차이가 난다. 처음부터 디지털로 귀를 훈련시킨 사람들은 아마 영영 느끼지 못할 차이일 수도 있는데... 나도 멸종이 예정된 생물군 중 하나겠지만 불만은 없음.
책의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이바구로 끝을 맺자면 저자의 이름을 한자로 쓰면 金土日이다. 이게 실명인지 아니면 필명인지 너무 궁금하다. 저자한테 감상 같은 거 보내거 아는 척 절대 안 한다는 나의 불문율을 깨고 책에 나온 주소로 메일을 보내 묻고 싶을 정도로. ^^;
책/인문(국외)
소리의 문화사 - 축음기에서 MP3까지
김토일 | 살림 | 2006.11.1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