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양과 종종 하는 얘긴데... 우리가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는 신이 내려준 남자에 대한 인내심의 거의 대부분을 부친에게 다 써서인 게 정말 맞는듯.
지금 누가 나한테 남자 없는 세상에 데려가 준다면 바로 OK를 하고 바로 따라갈 것 같다.
그래도 근래는 띄엄띄엄 하시더니 날도 더운데 어제랑 오늘은 연타로 날리시는데...
누워서 침뱉기지만 이렇게라도 풀어놓지 않으면 내가 폭발할 것 같아서 그냥 살풀이 좀 하겠음. -_-++
어제는 매실.
취미로 농장을 하시는 부유한 부친의 친구분이 화요일에 매실을 보내주셨다.
내가 지방 가고 없는 그날 매실청을 담그라고 꼭지를 다 따놓으신 것까지는 감사하겠음.
유기농 설탕은 인터넷으로 사야 싼데 기어이 그날 담궈야 한다고 우기시는 통에 동네에서 비싼 돈을 주고 설탕을 사왔다. ㅜㅜ
그런데.... 매실청을 담그려고 하니까 그 많은 걸 다 구멍을 내서 담그라고 하네.
이날 이때까지 그냥 설탕에 매실 버무려 액 낸 것 잘 먹었는데 웬 뜬금없는 소린가 하는데 전문가들이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빡빡 우기시는데 당할 재간이 없다.
며느리 시집살이 시키려고 껀수 잡는 시어머니도 아니고... =.=
성질 같아선 혼자 구멍을 내라고 확 버려두고 들어가고 싶지만 차마 그럴 수 없으니 같이 구멍을 냈다.
매실을 들고 항아리 둔 곳으로 가려는데 무슨 심사가 뒤틀렸는지 거긴 어둡다고 기어이 무거운 항아리를 들고 와서는 거실에서 담궈서 옮겨 놓으시겠댄다.
매실과 설탕을 반드시 동량으로 또 넣어야 한다고 무게를 쟤시네.
매실청 좀 담아본 사람들은 알다시피, 동량은 그냥 표준권장량이고 가능한 설탕을 덜 넣어서 덜 달게 하기 위해 살살 덮어주는 선으로 최소한으로 쓰는 게 추세다.
그렇지만 전문가 의견의 신봉자께서 기어이 설탕을 켜켜이 엄청나게 부어 넣으셨다.
설탕 쏟아붓기에서 인내심이 바닥나서 나도 방으로 가버렸음.
며칠 간격으로 서너번 아래 위로 잘 뒤섞어줘야 하는데 전문가들이 그런 것도 알려줬는지 모르겠네.
매실은 공짜지만 비싼 설탕을 생각하면 오늘 뒤적여줬어야 하지만... 아직은 뒤틀린 심사가 돌아오지 않아서 도저히 못 하겠다.
무슨 불로불사의 비방약 제작도 아니고 집집마다 하던대로 하는 거지 도대체 매실 담그는데 전문가가 무슨 개뿔.
오늘은 반찬투정.
화요일에 불고기. 어제는 삼겹살 와인조림을 해드렸다.
오늘 정도 타이밍에는 풀이나 생선이 올라가야 해서 꽁치조림을 했는데 정말 젓가락도 안 대심. -_-+++
내 표정이 살살 살벌해지니까 꽁치조림에 넣은 마늘과 고추만 살짝 건져드시는 척 하시는데... 다른 때 같으면 아까워서 내일 먹으려고 담아놓던지 하겠지만 오늘은 그대로 음식물 쓰레기통에 투하해 버렸다.
내가 어릴 때 입 짧다고 아빠한테 받은 그 자심한 구박과 꾸지람이 새록새록 떠오르네.
구박이나 적게 하셨냐고.
난 그때 어리기나 어렸지.
본래 저녁 드시고 과일 챙겨 드리는데 너무 열 받아서 그냥 방으로 들어와서 이렇게 컴 앞에 붙박이중.
왜 디저트 안 주냐고 몇번 들락거리던 뽀삐가 쓸쓸히 나가는 걸 보니 마음이 아프긴 하지만... 지금은 정말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고 나니 좀 살 것 같구나.
샤워나 해야겠다.
나중에 늙어서 밥 할 기운도 없어질 때를 대비해서 여자만 있는 실버타운을 좀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