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인문(국내)

탈핵 학교 - 밥상의 안전부터 에너지 대안까지 방사능 시대에 알아야 할 모든 것

by choco 2014. 12. 10.




김익중 | 김정욱 | 김종철 | 요시노 히로유키 | 이헌석 | 윤순진 | 양기석 | 이계수 | 이유진 | 주영수 | 최무영 | 한정순|

반비 | 2014. 9.?



일 때문에 읽은 책인데 의외로 재미도 있었고 도움도 많이 받아서 기록을 해둔다.


제목에서 훤히 보이듯 탈핵 혹은 반핵 입장에 선 사람들의 강의 기록이다. 핵발전과 방사능의 위험을 의학, 과학, 사회 전반적인 관점에서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회피하고 싶은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긴 하지만 그래도 정면으로 부딪쳐서 그 어두운 일면을 일부라도 직시하고 싶은 사람에겐 좋은 입문서이지 싶다.


이번 다큐를 하면서 느낀 게 아무리 포장을 하더라도 그 사람이 쓰는 용어를 보면 바로 찬성인지 반대인지 입장을 알 수 있겠다는 게, 찬성론자들은 '원자력'이란 단어를 쓰고 반대론자들은 '핵'이란 단어를 쓴다. 


Nuclear란 단어를 그대로 번역하면 핵이라는 어감이 주는 그 부정적인 느낌을 희석하기 위해서 한국에서는 의도적으로 원자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왔고 그것이 정착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반핵, 혹은 탈핵이 서서히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이쪽은 그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핵이라는 단어를 쓴다.


그래서 똑같은 인터뷰를 놓고 봐도 한쪽은 원자력 발전소, 한쪽은 핵발전소라는 단어를 씀.


내 입장은 20대 중반까지는 어릴 때 과학반에서 세뇌된 대로 마법의 불, 꺼지지 않는 불, 제 3의 불 원자력을 닥치고 찬양하는 거였지만 다양한 독서와 의견을 접하게 되면서 서서히 중립으로 왔고 다른 많은 반핵론자들처럼 후쿠시마 이후에는 막연하고 게으르긴 하지만 스탠스 자체는 반핵으로 이동했다.


이건 꽤 오랫동안 원자력 발전소와 방폐장의 안전교육물을 만들면서 일반인들이 접할 수 없는 정보를 많이 얻게 된 것도 내 입장을 굳히는데 큰 작용을 했지 싶다.


이 책은 그렇게 느슨한 반핵주의자인 내 정신을 번쩍 들게하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그냥 막연한 주장이 아니라 관심이 조금만 있다면 일반인들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과학적인 정보와 근거자료들도 풍부하다.


아마 이 탈핵학교를 읽지 않았다면 난 균형을 잡지 못 하고 허우적거리다가 어리버리 친원전의 논리에 함몰되었을 수도 있었을 거다.  다행히 여기서 얻은 근거와 여기 등장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내가 갖고 있는 한계 안에서는 그럭저럭 만족할 수준의 중도적인 다큐멘터리를 쓰는 데 성공한 것 같음.


아쉽다면... 반핵의사회의 인터뷰를 끌어내지 못 한 것.  김익중 교수님의 인터뷰가 들어갔다면 화룡정점이었을 텐데.  MBC란 매체가 워낙 개판이 되다보니 MBC에는 출연 안 한다는 슬픈 메아리만 받고 깨갱.


할 말을 다 할 수 있는 상식적인 세상이 오면 이번에 하지 못한 얘기들도 다 담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