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인문(국외)

히타이트, 점토판 속으로 사라졌던 인류의 역사

by choco 2015. 4. 2.






이희철 | 리수 | ? ~ 2014.?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번역서를 포함해 우리나라에서 히타이트를 다룬 딱 3권의 책 중 하나이고 현재 절판되지 않은 유일한 책이다. 


비르기트 브란다우의 히타이트와 세람의 발굴과 해독은 다행히 나왔던 당시에 구매해서 내 손에 넣을 수 있었고 밀렸던 이 책은 고맙게도 절판되지 않아서 아마 작년인가 재작년에 뒤늦게 구입해서 천천히 읽었던 것 같다.


세람의 발굴과 해독은 1950년대의 기록이기 때문에 반세기 뒤에 나온 브란다우의 히타이트를 읽었을 땐 완전히 다른 나라의 얘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고고학이라는 게 발굴과 해독에 따라 그 실체가 거의 송두리째 뒤바뀌는 수준까지도 가능하다는 걸 그 책을 통해 알게 되었고 이후에는 고대 국가에 관한 책을 읽을 때마다 이게 나중에는 어떻게 바뀌고 해석이 달라질까 하는 생각을 반사적으로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히타이트를 소개하는 책 중에선 이것이 가장 최신의 정보를 담고 있다.


히타이트 학자는 아니지만 터키에서 공부하고 터키에서 오랫동안 외교관 생활을 한 학자이자 외교관인 저자는 터키 아나톨리아 고원에 한때 존재했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히타이트라는 제국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개인적으로 탐구를 시작해 친절하게도 입문서를 펴내어줬다.


비르기트 브란다우가 쓴 히타이트의 그 촘촘함은 평범한 독자들을 위한 재미있는 역사 서술의 모범을 보여주는 일종의 잣대 수준이니 단순 비교는 좀 그렇기는 한데, 전공과 환경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전문성과 밀도라는 측면에서는 독일에서 나온 히타이트 보다는 좀 덜 하다. 


그렇지만 읽는 순서를 바꿔 이 책을 히타이트 입문으로 선택한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


그리고 계속 언급하는 브란다우의 히타이트와 비교해 더 가치가 있는 점은 히타이트에 완전히 밀착해 그들이 행하고 남긴 것을 찬양하는 브란다우에 비해 이 책은 살짝 거리를 두고 좀 더 넓은 시야에서 히타이트를 설명하고 보여준다. 


이 히타이트가 나온 게 2004년인데... 이 책 말미에 저자와 대담록으로 등장한 (1950년대 세람의 책에서도 등장했었음. ㅎㅎ) 외즈기치 박사는 이제는 돌아가셨겠구나.  87세 때도 현역으로 발굴작업을 지휘했다고 하던데 젊은 시절부터 죽을 때까지 평생 한 분야에서 명성을 쌓고 새로운 역사를 하나씩 찾아내며 그 학문과 함께 늙는 경험을 하는 건 엄청난 행운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