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승 | 살림 | 2013.?
솔직히 내가 이 책을 읽었던가? 기억도 안 나는... ㅎㅎ;
감상은 포기하고 읽은 책들 기록이라도 남겨놓자는 의미에서 지금 책들을 치우고 있는데 아무래도 갖고 다니기가 좋으니 살림 문고판들이 많다.
아마 샤머니즘 관련 기획안 쓰려고 이런저런 책들을 사모을 때 5만원 넘기느라 하나 더 끼워넣어 사지 않았나 싶다.
내용은 한국 영화에 등장하는, 머리 풀고 나오는 처녀귀신으로 대표되는 무속과 샤머니즘에 대한 고찰부터 그걸 한국적 판타지 영화로 분류를 해서 그게 등장할 수 밖에 없는 배경 등을 설명해주는데 한국 영화에 유독 여자 귀신이 많이 등장하는 건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이 갖는 한이 많기 때문에 죽어서 복수하는 건 한국적 복수의 매커니즘이고 한을 푸는 기능이라고 해석을 한다.
여성을 포함한 피기득권이 살아서 기득권에게 복수하는 게 체제 안에서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남자 중심의 사회에서 비록 픽션이라고 해도 그걸 용납하지 않을 거다. 상황은 다르지만 내가 겪어본 경험의 한도 안에서 판단해도 그렇다- 있음에도 이런 죽음을 통한 복수는 영 찝찝함. 한국 사회에서 억울함에 대한 응징이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에서 목격 가능해질 때 내가 속한 이 체제가 조금은 진보한 거라는 생각을 한다.
각설하고 이런 전통적인 샤머니즘이 등장한 영화 소개에 그치지 않고 1990년대 이후 현대적인 영화 속에 공포의 근원으로서의 무속에 대한 설명 부분은 정말 재밌었다. 보지 않았던 -아는 감독이 예고편 만들었던- 4인용 식탁이라는 영화를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ㅎㅎ
샤머니즘이 한국 영화의 전유물이라는 일부의 착각을 깔끔하게 치워주기 위해 서구 영화에서 나타나는 샤머니즘과 우리 영화와의 비교 부분은 저자의 내공이 드러나는 부분이지 싶다.
작은 분량임에도 내용이 참 알찼던 책~
이 출판사의 대장이 뉴라이트만 아니었다면... 아쉽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