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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문(국내)

적도에 묻히다- 독립영웅, 혹은 전범이 된 조선인들 이야기

by choco 2015. 10. 16.

 

 

무라이 요시노리 | 우쓰미 아이코 | 김종익 (옮긴이) | 역사비평사 | 2015. 봄

 

군인으로, 노동자로, 성노예로 태평양 전쟁 때 일본의 전쟁에 끌려간 수많은 조선 청춘들 중에 가장 덜 알려진 존재가 조선인 군무원들이다.

 

3천여명의 조선인 군무원들.

대다수는 토끼몰이식의 강제 동원.

그들 중 일부는 분명히 더 나은 삶을 위해 자발적으로 이 길을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조차도 일본의 조선 강제 병합이 아니었다면 생기지 않았을 비극이다.

 

그렇게 동남아로 간 군무원들 중의 아주 일부는 거기서 고려독립청년당이라는 독립운동단체를 조직해 독립운동을 했고 일부는 조선에 돌아오기를 거부하고 인도네시아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수십명은 전범으로 몰려 사형 당했고 수백명은 오랫동안 감옥에 갇혀 있어야 했다.

 

그들에 대한 슬픈 기록인데 정말 슬프게도 한국인이 아니라 일본인 학자 부부가 1970년대부터 발로 뛰면서 찾아낸 연구 결과로 아마 그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들에 대해서 알지 못 했거나 거의 남지 않은 파편들을 찾아다니면서 힘들게 사라진 기억들을 아직도 발굴하고 있었을 것이다.

 

친일파로 몰릴 것을 두려워해서 과거를 감추고 (실제로 그런 이유로 경원시 당한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살다가 죽어간 B,C급 전범들.

생존자는 이제 열 손가락도 되지 않음에도 아직도 사죄하지 않는 일본 정부, 그리고 어느 나라 정부인지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대한민국 정부까지 도대체 이유라도 알고 싶다는 의문을 내내 갖게 했던 책이고 조사였다.

 

제대로 붙어 먹은 친일 매국노들은 자손까지 고개 빳빳히 들고 잘 사는데 그들은 죄스러움에 자신을 감추고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에 헌신한 사람과 그 후손들이 왜 친일매국노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는지...

한국사의 처참한 비극이라는 울분이 가슴이 아팠다.

 

적극적인 친일 매국노와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친일을 구별하는 등의 용어 정립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번역자는 말도 안 되는 민간인 사찰로 개인의 삶이 풍비박산이 난 김종익 선생.

부디 건강하시고 악인들의 말로를 꼭 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