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티도 이것저것 많이 해 마셨지만 그건 나중에 하기로 하고 오늘은 일단 새로 마신 홍차들의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
GOLEN TIPS DARJEELING 2005
골든 팁스는 국내에 정식 수입되지 않는 브랜드이고 현지 사이트에선 너무 대용량으로만 팔아서 언감생심이다. 이 브랜드 홍차만 입에 달고 살거나 찻집을 하지 않는 이상 평범한 홍차 애호가가 구매하기엔 너무 거한 양이라 눈팅만 했는데 누가 싸게 내놓은 걸 샀다.
차 박스가 100G 짜리 치고는 너무 커서 이게 뭔일인가 했는데 열어보니 이유를 알겠다. 용정차처럼 잎을 하나도 부스러뜨리지 않고 통째로 발효를 시켜놨다. 수확 시기를 보니 퍼스트 플래시와 세컨드 플래시에 살짝 걸쳐 있는데 발효 상태나 맛은 퍼스트 플래시 다즐링이다. 아마 퍼스트 플래시 수확분인 것 같다.
개봉했을 때 확 올라오는 향기는 가향차에 비하면 거의 없는 것 같은데 조심스럽게 틴에 옮겨담을 때 손에 풀향이 배어 향긋하다.
이런 귀한 친구 개시는 머그에 하기 미안해서 티포원을 꺼내서 세팅. (다음날은 필터머그로 회귀. ㅎㅎ;) 찻잎이 커서 한참을 우렸는데도 연한 찻물. 솔직히 홍차라기 보다는 백차에 가까운 수색과 향이다.
맛은... 황홀~ 기대를 하며 두근거리다 손에 넣으면 기대 이하인 경우도 많은데 얘는 기대 이상. 홍차를 마시며 황홀하다는 감상을 오랜만에 받았다. "정말 이 맛이야~" 라는 감탄사가 절로 쏟아져 나옴. 혼자 감탄사를 폴폴 날리면서 즐겁게 한포트를 마시고 재탕까지 해서 마셨는데도 맛과 향이 전혀 줄지 않았다.
얘는 차를 좋아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씩 맛보라고 나눠줘 봐야겠다. 혼자 이렇게 감탄하고 즐기기엔 너무 아까움. 물론 가향차 매니아에겐 심심할 수도 있겠지. 녹차나 중국차를 즐기는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음. H님에게 맛보라고 조금 줘야겠다. 중작이 아니라 작설을 내게 줬다고 끙끙 앓고 있는데. ㅎㅎ
마리아쥬 프레레 에로스
평이 극과 극을 달려서 망설이다가 싼 맛에 구입한 홍차. 국내 사이트에서 파는 가격의 거의 반이라서 정 안 맞으면 주변에 조금씩 나눠주면 되지~ 하는 심정으로 샀는데 1차 시도는 내 취향이 별로 아닌 듯.
내가 가장 약한 게 장미 등등의 강력한 꽃향기인데 얘는 완전 그런 스타일. 꽃향기라도 바닐라나 약간 달콤한 느낌이 섞이면 적응이 되지만 얘는 누군가의 시음 기록과 달리 달달한 느낌이 전혀 없다. 향수를 뜨거운 물에 희석시켜 마시는 느낌이랄까???
티포트에 제대로 점핑을 시킨 게 아니라 필터 머그에 대충 우렸던 첫 시도인 만큼 아직 결론내리지 말고 두번 정도 기회를 더 줘야겠다.
루피시아 유메
유메는 저렴한 가격도 가격이었지만 이름의 뜻이 너무 좋아서. ^^ '꿈'이란 뜻이다. 역시 작명의 중요성을 느끼면서 나이트 티로 선택.
찻잎 가득 꽃이 보여서 속으로 억!' 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쪽으로 절묘하게 블렌딩이 되어 있다. 달콤한 꽃향기와 함께 맛에서도 그게 아주 부드럽게 감겨온다. 꽃은 꽃이로되 향수용이 아니라 먹는 꽃이라고 할까.
향기는 짙은 홍차빛. 특별히 더 곱다거나 연하다거나 그런 건 없음.
그런데... 루피시아의 티마스터와 티센터 오브 스톡홀름의 티마스터가 나를 무식하다 욕할지 몰라도 유메와 소데르 블렌딩의 맛과 향은 정말 흡사하다. 내게 블라인드 테스트를 시키면 구별해낼 자신이 솔직히 없음. 소데르 블렌딩 쪽의 바닐라 향이 좀 더 강하려나???
거의 다 마신 머그가 옆에 있는데 코를 자극하는 향이 솔솔 풍겨 상당히 즐겁다~ 루피시아도 가끔씩은 건질만한 애들이 나오는 듯.
얘도 트와이닝의 레이디 그레이처럼 아이스티로 마시면 좋을 것 같다. 냉침을 해놔야겠음.
오늘 손님 접대 + 내가 마시기 위해 레이디 그레이를 냉침해놨는데 운전 때문에 술 못마시는 인간 둘이 한잔도 안남기고 다 마시고 갔음. ㅠ.ㅠ 올 첫 레이디 냉침은 맛도 못보고 끝났다. 생수 사다가 다시 넣어둬야지.
뇌에 저장된 정보가 사라지기 전에 아이스티 마신 것들도 기록을 해놔야겠군. 오늘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