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설

일하는 엄마 빙의

by choco 2016. 8. 10.

 

94년의 무시무시한 무더위 때 우리 뽀삐 1세가 더위를 먹어 식겁을 했었는데 94년 이후 최악으로 짐작되는 올해는 울 뽀양이 더위를 먹었다.  -_-;

시들시들 토하고 설사하고 난리인 와중에 난 하필이면 마감.

뽀양에겐 에어컨과 인간이 다 필요한데 내 공부방엔 에어컨이 없다.

결국 마감이고 나발이고 다 포기하고 에어컨이 도는 방에서 뽀삐와 함께 피서를 하는 나날.

다른 때라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머리 위에선 마감이 칼날처럼 대롱거리고 개는 골골하고... 부친과 동생은 출근이니 도움이 안 되고.

애 아플 때 직장 다니는 엄마 맘이 딱 이거구나 싶은데 정말 미치고 팔짝 뛰겠더라.

그러다가 어제는 해탈의 경지에 도달해서 김진애 박사의  '낮에는 애랑 같이 자고 같이 놀다가 밤에 애가 잠든 다음에 할 일을 해라'는 조언을 따르기로 포기하고 낮에는 개의 사이클에 맞춰서 함께 자고 함께 놀다가 밤에 재우고 마감을 달리기 시작.

자기 병원비가 없는 사태가 오면 안 된다고 본능적으로 느꼈는지 다행히 오늘은 뽀양의 컨디션도 날씨도 그나마 이번주 들어서는 제일 양호해서 겨우 마감을 막았다.

이렇게 또 아리랑 고개를 하나 더 넘어갔구나.

근데... 내일은 미팅이 2개, 그리고 화요일 아침까지 마감을 쳐야 휴가를 떠날 수 있음.

일단 오늘은 쉬고 달리자~

아주 눈곱만큼이지만 누그러진 폭염과 잘 버텨준 뽀양에게 감사.

근데...

딸들이 덥다고 곡소리를 내도 꿈쩍도 안 하시던 우리 부친이 94년에 뽀삐가 더위 먹고 쓰러지자 다음 해에 (그해는 에어컨을 구할 수도 없었음) 에어컨을 사주셨고, 그동안 우리가 에어컨 틀자고 하면 선풍기로 충분하다고 구박하시던 양반에 올해 뽀양이 더위 먹으니 에어컨 켜주라고 먼저 나서심. 

나 삐뚤어져야하는 거 아닌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