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미 | 파란미디어 | 2006.12.?
12월 말에 막판 수정하는 중간중간 공부도 할 겸, 나름 믿을 만한 작가의 호평받는 작품임에도 내게는 도저히 취향이 아니었던 책들을 재도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전히 넘을 수 없는 벽을 느끼게 하는 죽어도 내 취향이 아닌 것들도 여전히 있었지만 이렇게 재밌는 걸 왜 그때는 몰랐을까 하는 것도 몇권 건졌다.
내 사랑 원더우먼이 그중 하나.
처음 나왔을 때는 끌리지도 않고 재미도 없어서 휘리릭 넘기다 던졌는데 이번엔 첫 페이지부터 손에 착착 달라붙는다. 모님은 초반부 한참은 악으로 읽다가 어느 순간부터 재미있어졌다고 했는데 처음부터 재미있었다.
지겹고 무의미하게 느껴지던 동네 묘사, 이해불가능의 약간은 사이코틱한 남주, 착한 아이 컴플렉스에 꽁꽁 묶인 것 같았던 여주가 이제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작가가 증권회사에서 일한 경험 -국향가득한 집에서 그렇지 않을까 했는데 모처에 확인해보니 작가가 증권회사에서 일했다고 함- 도 작품에 아주 생생하게 녹아내려 기초적인 자료 조사나 설정조차 안 된 대다수 현대물들과 엄청나게 비교도 되었다.
그 흔한 삐~씬 하나 없는 글이건만 로맨스가 넘치는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글. 내 취향이 극적으로 변한 건지 아니면 처음 읽던 당시 내 사이클이 이것과 아주 맞지 않는 지점에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시도의 로맨스였다.
이지환씨가 그야말로 정통 로맨스의 진수를 끝까지 보여준다면 정통부터 파격까지 다양한 실험을 끊임없이 하는 이선미 작가의 행보도 멋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