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저녁에 한참 회의를 하고 있는데 사촌동생에게 부고 문자 하나가 띠링.
처음엔 뭔 소린가 몇 번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걔한테는 할머니가 내게는 외할머니라는 사실이 천천히 머리에 들어온다.
우리 외할머니....
이미 3년도 전부터 각오를 하고 있었음에도 실감이 나지 않아서 오히려 아무 티를 내지 않고 회의를 마쳤던 것 같다.
슬프면서도 그만큼 다가오는 감정은 이제 외할머니가 편하실 수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
딸의 집에서 보살핌을 받고 가족들이 지켜주는 가운데 너무나 편안하게 떠나실 수 있었던 분이었다. 임종 전엔 마지막일 거라고 뵀던 날에 너무 편안하신 모습에 곧 떠나신다는 걸 알면서도 참 마음이 좋았었다.
그런데 생전에도 지지리 불효하던 자식이 마지막까지 불효를 하느라 자기가 살리겠다고 끌고나가 병원에 떠넘기고 가는 바람에 3년 넘게 요양병원에서 숨만 붙여놓고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안 해도 될 고생을 너무나 길게 하다가 가셨다.
90이 넘은 연세에 살짝 치매기도 있으시면서도 휠체어는 안 타려고 하셨고 다리가 조금 더 좋았을 때는 지팡이도 안 짚으려고 할 정도로 남에게 보이는 모습에 엄청 신경 쓰시고 깔끔한 양반이었는데. 거기다 태생부터 공주과라 사랑도 많지만 외로움도 많이 타셨다. 사람이 식물인간 상태에선 표현을 못 할 뿐이지 의식은 다 있다고 하는데 지난 3년 간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러우셨을까.
입관 예식할 때 퉁퉁 부운 할머니의 얼굴을 보며 그게 새삼스럽게 너무나 원통하고 속상했다. 그 사달을 낸 이모 얼굴을 보니 새삼 속이 뒤집혀서 눈도 안 마주치고 피해다녔다.
우리 외할머니를 보면서 인간답게 존엄하게 죽을 권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무의미한 연명 치료는 정말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새삼 결심.
할머니,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사랑받았던 기억들 많이 남겨주셔서 고마워요.
이제 생각해보니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보내신 게 지금 제 나이보다 불과 몇살 위셨을 텐데... 오랫동안 기다리던 할아버지랑 먼저 기다리고 있는 할머니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만나서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