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삐가 예방접종을 대충 마무리하고 산책이 가능해졌던 시기.
아직 강아지 티가 남은 뽀삐와 함께 집 앞에 첫 산책을 나섰던 날.
우다다다 달리는 개를 따라 동네 거의 끝, 지금은 이름이 바뀐 수정 아파트까지 뛰어갔다가 숨이 차서 정말 죽을 뻔 했었다.
마침 그때 전화 온 후배에게 헐떡이며 혹시라도 내가 죽으면 개 산책 시키다가 과로사 한 거라고 세상에 알려달라는 얘기도 했었는데.
오늘 그 길의 1/4 정도를 뽀삐는 느릿느릿 걷다 들어왔다.
17년이 정말 꿈결처럼 빠르게 흘러갔구나.
다리도 약해지고 눈도 잘 안 보이고... 그래도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늙은 개와 함께 산다는 건 참 사소한 것에도 감사하고 기뻐하게 만든다.
오늘도 무사해줘서 고맙다.
그리고 내일 아침까지 또 밤새 별탈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