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바쁜 -진짜 잘 나가는 나의 꿈인 억대 연봉- H 언니가 모처럼 한가하다고 어제 통화하다가 갑자기 약속을 잡고 놀러왔다. 12시부터 4시까지 수다. 명색이 작가 둘이 모였으니 역시나 빠지지 않는 것이 악덕 감독과 프로덕션 욕. 난 그나마 내용증명으로 해결봤지만 이 언니는 더 악질에게 걸려서 현재 소액재판중이라고 한다. 위로를 받았다고 해야하나. -_-; 2006/2007 시즌 블랙리스트 교환 완료. 이제 주변에 또 뿌려줘야겠다.
너무 떠들어 좀 기진맥진한 상태지만 그래도 한가할 때 올려놓지 않으면 영영 올리지 않을 확률이 높은 관계로 악을 쓰면서 상해 첫날 포스팅을 이어 나가려고 앉았다.
아침부터 쫓아다닌 다음 점심 먹을 겸 찾아온 신천지 거리.
동생이 이 근처에 맛있는 중국 레스토랑이 있다고 해서 찾아간 곳. 와본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잘도 찾아간다. 부러운 능력. ㅠ.ㅠ 확실히 애는 외탁을 했다.
멀티 플렉스 영화관이 있는 건물과 그 주변이다. 중국은 워낙 해적판 dvd가 빨리 돌기 때문에 극장이 별로 없다고 한다. (참고로 청도엔 한국의 dvd 방 비슷한 작은 스크린을 가진 극장 하나를 제외하고 영화관 자체가 없다고 함) 특히 멀티 플렉스는 찾아보기 힘들다는데 이곳은 나름 신기한 구경거리가 되는 곳인듯.
중국 4대 박물관 중 하나라는 상해 박물관.
겉보기엔 정말로 근사하다~ 바로 앞에 공원도 있고 주변을 둘러싼 고층 건물들도 휘황찬란. 밤이 되면 더 멋있어진다.
그러나. 한마디로 관광 안내서에 낚인 곳. -_-; 여기가 중국 4대 박물관이라면 다른 곳은 가볼 의욕자체를 상실하게 하는 수준이다. 장개석이 중국에서 좋은 건 모조리 다 쓸어갖고 대만으로 튀었다고 하더니 그게 과장이 아닌듯.
중국의 돈들을 모아놓은 전시관. 사실 사진을 좀 찍고 싶었던 곳은 의상 전시관인데 거기는 촬영 금지라고 하지만 경비원 앞에서 다들 플래시 펑펑 터뜨리면서 찍고 경비원도 절대 저지하지 않음. -_-;;; 라고 하길래 착하게 한장도 찍지 않고 눈으로만 보고 왔다.
찍은 이유는 중국 무협영화나 무협지가 생각이 나서. ^^ 은자 덩어리를 던져 준다거나 은자를 잘라 준다거나 하는 표현에서 등장하는 게 바로 이런 것들이었겠지?
돈을 주조하는 과정을 그린 그림 중 일부.
인장 전시실.
시대별로 도장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오래됐다는 사실 자체가 가치가 있겠지만 솔직히 일부를 제외하고 예술적인 가치는 그다지 없어 보인다. 경주 박물관의 공예실에서 느껴지던 그런 찬탄을 내지를게 없었음. 장개석이 다 쓸어갖고 대만으로 간 것도 이유일 것이고.... 좀 민족주의적인 재수없는 발언을 하자면 한국 사람들의 손재주가 중국보다 나은 것일수도 있겠지. 사진을 찍어온 것은 내가 보기에 나름 정교하고 예술적으로 보이는 친구들만. 나머지는 그냥 동네 도장집에서 파는 것과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 -_-; 중국 공예 예술의 진수를 보고 싶으면 꼭 대만에 가라고 하던데 정말 대만 국립 박물관에 한번 가봐야겠다. 사진에서 보고 감탄하던 그런 예술품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ㅠ.ㅠ
4층까지 이렇게 오픈된 삐까뻔쩍하게 새로 지은 건물이다. 겉으로 보기엔, 그리고 내부로 들어설 때까지도 상당히 기대를 갖게 하는 기본 인프라다. 그리고 내가 잘 몰라서 그렇지 곰곰히 따져보면 꽤 괜찮은 전시물들도 있고 가치있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구슬을 전혀 제대로 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사조순이나 그것도 안 되면 최소한 시대순으로 배열해야 하는 그런 배치의 기본 개념조차 없이 완전히 뒤죽박죽이다. -_-; 당나라 유물이 나오다가 갑자기 청나라로 튀고, 명나라 옆에 20세기 초반 유물이 있는 그런 식. 다른 건 그런 배치로 인한 문제가 비교적 적지만 촬영하지 말라고 해서 안찍어온 그림 전시실 같은 경우엔 정말 극도의 혼란상이라고 해야할듯. 상당히 아쉬웠다. 큐레이터가 없는 것 같다.
박물관 주변 건물들~
삼성이라 한번 찍어줬음. ^^
이날 저녁 일정인 상해 예술극장. 박물관 쪽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이쪽편은 박물관과 공원, 건너편은 예술회관이 있다.
상해 예술 극장 모습들
이렇게 불을 환히 밝혀놓고도...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사람들을 밖에 세워놓고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이유는? 모르지. -_-; 이럴 때마다 중국이 공산권 국가라는 사실을 느기게 된다고 해야할까? 매표소는 지하에 있는데 거기서 건물로 바로 통하는 통로는 막아놨다. 무조건 밖으로 나가 빙 돌아서 이렇게 정문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사진의 남자는 랑랑. 이름을 보기 전까지 절대 랑랑인줄 몰랐다. 정말 현대 사진 기술의 위대한 승리라고 할만한 사진. 랑랑의 실체를 전혀 몰랐던 내 동생과 H양은 공연장에서 틀어주는 광고 화면에서 랑랑의 모습을 보고 거의 기절. 그런데... 냉정하게 얘기해서 그 화면도 랑랑의 실물보단 훨씬 잘 나왔는데. ㅎㅎ; 생긴 건 산에서 나무하다 금방 내려온 것 같지만 피아노는 정말로 잘 친다. 일정이 맞았으면 랑랑 연주를 볼 수도 있었는데 아쉽...
추운 겨울날 사람들을 밖에 한참 세워놓을 때도 대충 짐작했지만 이 웅장한 건물 내부 역시 관객에 대한 배려는 눈곱만큼도 없다. 이 넓고 호화로운 건물 로비에 단 하나도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쉴 수 있는 의자. 공연 시작 30분 전에 겨우 입장을 허락받고도 객석 문이 열릴 때까지 이렇게 로비에 서서 벌을 서야 한다. -_- 더불어 화장실은 구비구비 돌아서 미로찾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안내원은 한국이었다면 당장 짤리거나 머리채 쥐어뜯길 정도로 4가지가 제로다.
오늘의 주인공~ 히사이시 조~ 할아버지. 정말 멋진 낭만할배~ ^^ 반했음~
공연장 내부. 붉은 색을 좋아하는 중국인들다운 인테리어. 좌석배치나 음향, 시야 확보 등은 수준이 높았다. 성남의 돈만 쳐바른 그 모 아트센터와 비교할 수준이 아니지. 공연장에서 가장 중요한 곳에 대한 마인드 만큼은 이쪽이 확실히 높았던 모양.
히사이시 조 공연 얘기는 나중에 따로~ 수준 이하의 중국 관객들 때문에 열은 좀 받았지만 공연은 너무 좋았고 발마사지를 받고 민박집으로 귀가해서 잘 쉬었다~ 새벽부터 부지런히 뛰어다닌 12월 16일은 이렇게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