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진~~~~짜 게으르고 엉덩이 무겁고 기화점이 높다.
열 받는 일이 있어도 우리 조상님이 물려주신, '자자손손 거지x구멍에 콩나물이나 빼먹을 놈' 등등 찰진 욕을 속으로 퍼붓지 움직이는 일은 어지간해선 없다.
그런 내가... 지난 주부터 임계점을 넘겨서 엉덩이가 들썩. 지난 주에는 지방에서 올라오는 지인과 선약에 있어서 안타깝게 뉴스만 클릭했는데 어제는 드디어 나도 서초동으로.
지난주 다녀온 지인들이 서초동이랑 교대는 사람이 너무 많아 전철역 올라올 때 무서웠다고 해서 나름 머리 써서 고터로 갔는데... 계산하지 못한 것이 태극기 든 민폐들. 우리나라는 시위집회결사의 자유를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으니 그들의 권리에 대해선 뭐라고 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일부러 길을 막고 욕을 하고 심지어는 촛불 시위로 통하는 길까지 막아버려서 기껏 올라간 걸 다시 내려와 산을 타고 빙 둘러서 겨우겨우 합류하는데...
북한의 중앙노동방송 뉴스 아나운서 하면 딱 좋을 카랑카랑한 아주머니의 목소리와 일부러 도발하듯 욕을 하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그 민폐 무리를 보면서 마음이 참 무거웠다. 누군가는 나를 보면서 이용당한다고 하겠지만... 내가 볼 때 그들 역시도 그들 진영의 꼭대기들에게 이용당하는 졸들. 그들이 열심히 옹호하는 자한당과 대한민국 1%는 과연 저들이 추락할 때 도와주거나 손을 내밀어줄까? 서로 치를 떠는 이 반목과 미움이 남긴 혐오는 얼마나 오랜 세월이 지나야 흐려질 수 있을까 등등. 여러가지 생각이 언덕을 올라 빙 둘러서 걸어가는 내내 마음을 무겁게 내려 눌렀다.
그리고 궁금한 것도. 그 빵빵한 앰프며 발전차들 대여 가격이 만만치 않을 텐데 저 돈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우리공화당의 돈줄이 꽤나 든든한 모양이다.
촛불은... 내가 그 거대한 흐름 한가운데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동인데 앞서 긴 걸음에서 만난 모습과 생각들 때문에 환호하고 염원하면서도 마음이 깔끔하지는 않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일으킨 이 갈등과 분열의 상처가 치유되려면 정말 많은 세월과 노력이 필요하지 싶다. 내가 저들이 싫은 만큼 저들도 내가 싫을 테니까.
목요일에는 부친이 태극기 흔들러 나가고 토요일에 딸은 촛불 들고 나가고 꽤나 민주적인 가정인듯. 다만 부친은 대놓고 나가고 난 몰래 나가는 거. 사상의 자유가 있는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지만 정치때문에 가정의 평화를 깰 이유는 없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