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들의 꿈과 같은 삶을 보낸 모네의 지베르니 저택과 정원을 구경한 뒤 고흐가 마지막 70일을 보낸 오베흐쉬와즈 마을로~
창밖에 보이는 끝없는 평야. 프랑스가 참 복받은 땅이라는 생각을 가는 내내 했다. 나폴레옹의 군인들이 그렇게 충성을 했던 이유 중 하나가 혁명으로 얻은 땅을 귀족들에게 다시 뺏기지 않으려는 거였다는 게 이해가 됨. 당시 프랑스 군인들 상당수가 그들 대부분이 농촌 자작농 출신이었다는 내용을 읽은 기억이 가물가물.
이렇게 한번씩 놀러와 죽 뻗은 평원이 참 시원하긴 한데 내내 저것만 보면 산이나 언덕이 그리워질 것 같다. 지금 내 창밖에 보이는 남산과 그 아래 낮은 언덕의 옹기종기 모인 집들이 오늘처럼 미세먼지 없는 날에는 참 정겹게 보이는구나.
각설하고. ^^
고흐가 살던 하숙집. 3층 왼쪽 다락이 고흐가 살던 다락방. 하숙비에 아랫층에서 먹는 밥이 포함되어 있어서 고흐가 아침저녁으로 밥을 먹었다는 식당. 은근히....가 아니라 굉장히 맛집이다.
이건 세팅이고 들어가는 건 건물 옆에 있는 철문을 열고 옆에 있는 문으로만 출입 가능. 아마 관광객들 때문이지 싶은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도 또 밥 먹을 때도 여기에 단체 관광객들이 모여서 설명듣는 걸 많이 봤음.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도 있었다.
고흐가 여기 살았다는 것에 대한 설명과 사진. 저 왼쪽에 있는 여자어린이는 실제로 고흐를 기억하면서 나중에 다큐 같은 곳에도 나왔던듯?
메뉴판. 현지인들도 많이 오는 맛집이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하고 가야함. 근데... 불어를 못 하면 예약이며 주문이며 식사에 좀 난항이 있지 싶다. 우린 무조건 맛있는 거 먹어야 한다고 갔는데 후다닥 많은 관광을 하고픈 사람에게는 추천하기 힘듦. 느릿느릿 아주 느긋한 전형적인 프랑스식 식당이다. 최소 2시간은 잡고 먹어야 함.
프랑스에 왔으니 제대로 먹어보자고 간단히 3코스를 선택. 배부를까봐 남기고 온 게 두고두고 아쉬운 너무나 맛있었던 곡물빵. 사진 보니까 또 생각나네.
레스토랑 내부. 사람이 계속 바글바글. 외국인은 우리밖에 없었다. 어린애들 데리고 온 사람들도 많았는데 2시간 가깝거나 넘는 식사동안 애들이 가만히 자리에 앉아서 밥 먹는 거 신기했음.
동생이 도저히 술 없이 못 먹겠다고 시킨 와인. 난 한 모금 맛만 봤음. 당연한 얘기지만 어딜 가든 프랑스 와인이 나오는데 다 맛있다.
부친이 선택한 달팽이. 가는 곳마다 다르게 요리해주는 달팽이 원없이 드시고 오셨음.
동생의 트러플 오일은 뿌린 버섯 스프. 앙트레 앞에 각자 자기가 시킨 요리에 맞춰 다르게 요리한 감자가 저렇게 나옴. 무쇠 냄비에 나오니 식지도 않고 아이디어 좋은 것 같다 감탄을 하면서 저 르쿠르제 냄비 사고픈 욕망이 솔솔솔... 참아야 하느니.
내가 시킨 생선 마리네이드. 먹을만큼 먹으라고 저렇게 큰 통에 정어리랑 연어를 가득 담아주는데 저녁이었으면 이것만 갖고 와인 한병 다 마시겠음. 정말 최고!!! 최고!!!! 이번에 프랑스에서 먹은 것중에 최고였다. 연어도 괜찮지만 정어리가 압도적으로 맛있었다. 붉은살 생선 비리다고 싫어하는 울 부친마저도 맛있다고 내 거 많이 드셨음.
프랑스에서 돌아온 뒤 며칠 뒤에 일식집에서 고등어 초밥 먹으면서 부친은 다시 이 정어리를 그리워하셨다는. ^^;
카시스 열매, 월계수잎, 딜, 양파, 마늘, 로즈마리에 좋은 올리브 오일을 소금 절인 생선을 마리네이드했구나 까지는 알겠는데 아마도 가장 중요한 건 생선의 신선도와 소금의 비율이겠지. 정어리를 사다가 소금의 비율을 달리 해서 한번 시도를 해봐야겠다. 소금도 올리브 기름도 다 좋은 거 있는데 문제는 정어리와 카시스 열매겠군. 어디서 구하나?
메인요리. 부친의 오리. 본래 튀긴 닭 날개(<- 봉도 아니고 딱 윙)만 좋아하는 양반이라... 그래도 불평없이 드신 걸 보면 나쁘지는 않았던듯. 프랑스 사람들은 배가 큰 모양이다. 한국사람은 이거 하나로 2명은 먹을 텐데.
내 양고기 조림. 잘 익혀서 나오는지 가이드가 물어봤더니 8시간을 익힌다는 답이 돌아왔음. 삶아서 나오는구나 했더니 역시나. 근데 정말 야들하니 살이 살살 떨어진다. 어떤 책인지 제목과 전체 내용은 잊었는데... 이렇게 삶은 양고기에 대한 묘사가 나오는 소설인가 기행문인기가 있었다. 그게 먹을 당시에는 신기할 정도로 다 떠올랐는데 지금은 다 증발. 무슨 책이었을까?
앞서 생선을 너무 많이 먹은데다가 그걸 안 먹었다고 해도 많은 양이라 반만 겨우 먹었음. 한국이었으면 싸달라고 했을 텐데. 물에 들어간 양고기는 커리 같은 향신료에 푹 절이지 않으면 냄새가 심해서 나처럼 하드코어(가이드님의 표현. ㅎㅎ) 걸 좋아하는 사람도 먹기 쉽지 않은데 이건 양고기 특유의 맛과 향이 나면서도 냄새가 묘하게 또 약한...
내 동생, ㅌ군, ㄱ양 정도는 나처럼 환장하면서 아주 잘 먹을 것 같고... 대다수 한국인들에게 쉽게 권하진 못 하겠다.
이건 또 따로 나온 감자들. 요리 앞에 거기에 어울리는 감자를 한냄비씩 각자 하나씩 주는데 감자만 먹어도 배가 부름.
내 디저트~ 보기도 좋지만 맛도 있음.
위에 장식된 열매. 예쁘기도 하지만 맛도 괜찮다.
동생은 커피 추가.
초코푸딩을 갖고 와서 이렇게 푹푹 떠준다. 한 수저만 달라는데 굳이 2수저 가득 주고 갔음. 보니까 더 달라면 더 주는 모양.
부친의 아이스크림. 맛있으셨다고 함.
고흐의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계단. 입장료(한국돈 만원 돈)에 비해 볼 것 없다는 사람도 있지만 난 한번은 가볼만 하다고 생각함. 안에 사진 촬영 금지인데 딱 고흐가 살던 조그만 다락방 침실과 언젠가 그의 그림 한장을 구해서 걸어놓으려는 공간, 고흐의 영상물을 보는 곳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흐의 방은.... 가슴이 아플 정도로 작았다. 그 작고 초라한 방이 그렇게 강렬한 그림으로 남았다니... 뭔가 아릿 아련함.
담벼락에 붙여놓은 이 마을에서 그린 고흐의 그림과 설명들.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의 한 구절. '사는 것은 참 어렵고 단순하지 않다'고 해석해야 하나?
시청 건물과 그의 그림. 식당 바로 길 건너편이다.
식당과 2층 하숙집 기념관 옆 입구.
마을 곳곳에 고흐와 관련된 장소에는 이 표지가 있다.
그가 수없이 다녔던 길,
고흐가 그림 그리러 다녔던 산책로라고 함.
오베흐쉬와즈 성당 올라가는 길목.
성당과 그림. 자살을 했기 때문에 성당에서 마지막 종교의식도 못 하고 떠났다는...
가이드나 기념관 안에 고흐 영상에는 전통적인 자살론에 입각해서 설명을 했지만 최신 연구나 조사로는 이 동네 어린 양아치들의 오발 사고로 인한 죽음이라는 쪽에 더 무게가 가고 있고 나도 그쪽에 동조. 당시 이 마을사람들이 다 입을 맞춰서 이방인인 고흐를 희생해 어린 양아치XX들을 보호한 걸로 보는데, 저 위 사진에 나온 어린 여자아이가 할머니가 되어 거기에 가까운 증언을 했다.
진실은 고흐와 당사자들만 알겠지. 세월이 더 지나서 밝혀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늦가을의 수선화가 예뻐서. 고흐가 노란 아이리스를 그린 그림이 있었는데... 이 마을에서 그린 건지 다른 데서 그린 건지는 모르겠다.
언덕 위에서 본 마을.
죽기 사흘 전인가 그린 마지막 그림. 오전에 다녀온 지베르니의 모네와 비교되서 괜히 더 마음이 아픈....
공동묘지 입구에 있는 고흐에 관한 안내.
그가 죽고 6달인가 뒤에 죽은 동생 테오와 나란히 묻혀 있다. 이 정도면 형제가 아니라 영혼의 친구 혹은 연인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듯한 관계. 평생 형바라기만 한 남편을 형 옆에 묻어준 와이프가 정말 대인배지 싶다. ^^;;; 테오의 부인은 고흐의 그림을 다 잘 보관했다가 그의 진가가 인정받기 시작했을 때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한 공로자.
고흐의 그림을 물려받은 조카가 그 그림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심했던 영화도 참 재밌었는데... 영화 제목이 뭐였더라?
주변에 있는 비교되는 무덤들. 근데 고흐 형제 주변에만 복닥복닥. 조용히 지내고픈 영혼들은 시끄러워 짜증나겠지만 조용한 거 싫어하는 영혼들은 고흐 형제 덕분에 심심치 않을듯.
저녁 먹으러 왔는데 아직 시간이 일러서 동생이 필요한 거 사러 약국들 찾아다니다 들어간 초콜릿 가게. 선물할 거 몇개 건져왔다. 맛있음.
파리에 올 때마다 꼭 들르는 해산물 레스토랑. 근데 뭐라고 읽는지는 여전히 모르겠음. ^^; 보핑거인가? 보핑어? 그냥 매번 바스티유 광장 기둥을 기준으로 해서 찾아가고 있다. ㅎㅎ
예약은 안 했지만 다행히 문 여는 시간이라 바로 안내 받았다.
빵과 프레쩰인데... 빵도 변하고... 여기 빵에 버터 발라먹는 거 진짜 좋아했는데 버터도 안 주고... 이때부터 뭔가 살짝 싸~해지기 시작.
그래도 일단 샴페인 한병 시키고.
동생이 먹고 싶어하던 굴.
해산물 플레이트.
거~한 점심이 안 꺼져서 이렇게 가볍게 먹고 나왔음.
근데.... 프랑스에 갈 때마다 꼭 갔던 이 집의 맛이 이번에는 영 변했다. 가격은 오르고 맛은 그냥그냥.
피천득 쌤과 아사코처럼 3번째는 안 만나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인연. 2번째까지만 추억으로 남기고 이제 파리에 내 돈 내고 여기 갈 일은 다시 없을 것 같다.
이렇게 먹고 역시나 요즘 파리에서 가장 핫하다는 해산물 레스토랑 알타 앞에서 택시 타고 호텔로 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