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친이 사실상 완쾌 진단을 받으셨다.
매년 한번씩 체크만 하자면서 사실상 이 암으로 돌아가시거나 고생하시는 일은 없으실 거라고... 의사쌤 치고는 정말 확실한 선언을 해주셨음.
2년 전 진단을 받고 약이 안 맞아서 컨디션 떨어지면서 결핵성 (부친이 수십년 간 몸에 잠복결핵을 갖고 있었다는 걸 매년 폐사진 찍고 건강 검진을 함에도 아무도 몰랐음. 근데 우리나라에서 손 꼽는다는 결핵전문의 曰 자기도 결핵균이 검출되서 알았지 부친 폐 사진만 보고 결핵이라고 자신있게 판정을 못 했을 거라고 하니 뭐... 부친이 재수가 없었던 걸로.) 뇌수막염이 발병해 진짜 저승문 한번 열었다 돌아오시는 동안엔 암이고 나발이고였는데... 다행히(?) 숙주가 사경을 헤매니 암도 함께 골골골해서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암은 건강한 사람에게 더 치명적이란 게 진짜 맞는 소리인듯. 내 주변을 봐도 70대 후반이나 80대 암 발병하신 분 중에 수술하고 공격적으로 치료한 분들 빼고는 다 살아계시거나 암 말고 다른 병으로 돌아가셨다. 그런 면에서 고령자에게 공격적인 치료를 하지 않는 의사를 만난 것도 복이지 싶네. 전에 멘탈 약한 친구랑 함께 보호자 자격으로 ㅅㅅ병원 따라 갔을 때 80대 암환자에게, 90대 환자도 수술 잘 했다고 수술하라고 날 잡는 의사를 보고 헉!!! 했었던 기억이 솔솔. 덧붙이자면 얘 어머니는 솔깃해 예약까지 하셨으나 의사인 얘 오빠가 말도 안 된다고 펄펄 뛰어 ㄱㄹㅇㅅㅌ로 옮겨서 양성자 치료만 받고 완쾌되셨음. 그 병원 쌤은 고령이라 수술은 권하지 않는다 했다고 함.
이제 완쾌 선언을 받았으니 부친도 조금 더 독립적인 되도록 거리를 두는 걸로. 나이 먹으면 애가 된다고 하는데... 그 애가 되는 것도 사람 봐가면서 하는 것 같음. 만만한 자식에게 다 맡기고 기대고 싶으시겠지만 나도 살아야 하는 관계로 분담이 안 되는 부분은 이제 부친 스스로 짊어지셔야지. 아니면 다른 자식에게 요구하거나.
엄마였으면... 내가 받은 게 자식 중에서 가장 많으니까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에서 내게 오는 부담이 더 크더라도 큰 불만은 없었겠으나, 부친은... 자식들에게 아주 공평하게 무심하셨다. 하지만 의무는 다 해 주셨으니 나도 내 몫 + 어쩔 수 없이 더 떠맡은 도리까지는 하는 걸로. 하지만 그 이상은 제발 원하지 않으면 좋겠다.
어쨌든 부친 축하~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