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직후엔 언론이며 여기저기 너무 용비어천가가 난무해 거부감에 잠시 묵혀뒀다가 이제 좀 잠잠해진 것 같아 내 나름의 조용한 애도를 끄적.
정확하게 말하면 이 양반은 1.5내지 2세 회장이지만 어려운 시대에 맨손으로 기업을 일궈낸 많은 1세대 회장들이 그랬듯 소탈하고 검소했다.
밑에 모시는 양반들이 방송을 위해 엄청나게 마사지해 인터뷰를 해서 치켜올려줬건만 본인이 솔직하게 다 파투를 내버려 쓸 수 없게 만드는 솔직함에 웃으면서 울었던 기억도 난다.
그런 게 몇가지 있는데 기억 나는 대표적인 게... 우리 회장님은 검소하셔서 비싼 라이터도 안 쓰시고 1회용 라이터만 쓰시고 어쩌고~ 해서 그 대답을 유도하기 위한 질문을 했더니 '라이터 잘 잃어버리는데 비싼 거 잃어버리면 속상하고 또 비싼 건 무거워서 옷이 자꾸 늘어져서 안 쓴다'고 단호하게 대답. 당시 옆에 배석한 비서진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던. ㅎㅎㅎㅎㅎ
편집되지 않은 날카메라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진실과 거짓을 잘 담아낸다. 그 카메라 속의 명예회장은 역시 재벌 회장은 다르구나 싶을 정도로 중간중간 엄청나게 날카로우면서도 정감 가고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물론 그를 둘러싼 명암과 선악이 있겠지만 뭔가 양반스러운 게... 정주영 회장과 다른 매력이 있었다.
방송에서 다시 한번 만나고 제대로 만들어보고 싶었으나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떠났네.
상대는 당연히 나를 기억 못 하겠지만 나는 방송 덕분에 나름 잘 알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그동안 꽤 많이 떠나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