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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노년의 우정...

by choco 2020. 5. 23.

우리 집에 큰일이 있을 때마다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던 울 부친의 베프.

광에서 인심이 난다고 하긴 하지만 많아도 나누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은 세상에서 참 어떻게 저런 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족과 친지는 물론이고 친구들까지 고루 챙기는 분이시다.  남에게 폐 끼치고 신세 지는 거 엄청 싫어하는 울 부친도 이분에게만큼은 그냥 감사히 받는... 방구석 귀신인 울 부친을 밖으로 끌어내는 거의 유일한 분이시기도 한데 많이 편찮으시다. 

최고의 병원에서 나름 최고의 치료를 받았지만 큰 차도가 없으신 상태고 병원에서는 가족들에게 마음을 준비를 하라는 단계. 당사자만 모르고 주변은 다 알고 있는 상황인데 울 부친은 무지하게 우울하고 슬퍼하고 계시고... 그 소식을 전해 들은 나도 가슴이 아주 무겁고 그렇네.  내가 이럴 정도니 부친은 정말 심하시겠지.

내 동생이랑 내가 보기에 두분은 진짜 사귀는 사이보다 더 챙긴다.  난 내 애인이라도 그렇게 못 챙길 것 같음. 노년에 연인이나 가족과 또 다른 애틋함이 있는 수십년 우정인데... 이분이 떠나시면 울 부친의 상실감이 어마어마할 것 같다.  자기 앞가림 확실하신 우리 부친에긴 이분의 부재가 마음 터놓고 의논하고 서로 챙겨주고 어울릴 수 있는 소울 프렌드가 떠나는 거지만 알게 모르게 이분의 영향력과 경제적 도움을 받던 친구나 친지들에겐 그야말로 날벼락이지 싶고.

바로 얼마 전에 집에 가시는 길에 들러서 매생이굴국 주고 가신 분이 급격히 편찮으시단 소식에 마음이 너무 안 좋아서 끄적이며 간절히 기도한다.  

세상과 주변에 정말 선한 일 많이 하고 많이 도와주는 분이니 딱 한번이라도 더 병원에서 나와 식도락과 삶을 즐기며 즐겁게 좋아하는 친구, 친지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실 수 있기를.  이별은 좀 더 뒤에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