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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족보 교체

by choco 2007. 1. 11.
한국에서 예능을 하면서 족보를 바꾸는 것(=선생님 교체)은 아주아주 위험하고 중대한 결단이다.  선생님도 인간인지라 자기가 씨앗부터 키워낸 제자를 선호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또 씨앗부터 키워낸 것이 이제 좀 싱싱해지니까 다른 라인으로 바꿔 탄다는 걸 곱게 보는 게 사실상 쉽지가 않다.

미술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음악이나 무용에서 본격적으로 전공자가 되겠다 작정한 상황에서 완전히 라인을 옮기는, 소위 이 족보 바꾸기는 미래가 걸린 결단이다.  워낙 위험 부담이 많아서 잘 안 하는 짓이기도 한데... 난 고3 때 한번, 그리고 대학원에 갈 때 한번.  두번을 했다.  다행히 성공했고 내가 떠난 선생님들과도 그 바닥을 떠날 때까지 속으로는 나를 어찌 생각했는지 몰라도 최소한 겉으로는 잘 지냈다.

이 공로는 전적으로 내 모친에게 돌려야 한다.  남들은 한번도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바꾸는 족보를 항상 승부처에서 과감하게 바꾸면서도 탈 나지 않게 한 그 재주는 정말 내 주변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진기명기였다.  

이 딸년의 재주가 모친의 능력에 미쳤더라면 그 바닥에서 밥 벌어먹고는 살고 있었을 텐데... 투자만 잔뜩 하고 회수를 못하게 된 점에 있어선 생각할수록 죄송.  ㅎㅎ;  
이 케케묵은 얘기가 왜 떠올랐냐면... 요즘 수영이나 피겨계를 보면서 일어나는 시끄러운 논란 때문에.  음악이나 무용만 그런 줄 알았더니 체육도 족보 바꾸기=대역죄에 해당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음식은 골고루 먹고 책도 다방면으로 많이 읽으라면서 왜 선생님은 여럿에게 배우고 바꾸면 안되는 것인지?   조금 이해 불가능.   애들 좀 냅두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