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은 | 휴머니스트 | 2007.1.12-13
중세의 지식과 현대의 세계를 연결하는 '브리지(Bridge)' 라는 부제가 있다.
일조의 자료 조사 겸 또 나의 또 다른 로망인 중세에 대한 정보 획득 겸 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 2천원 할인 쿠폰을 줄 때 구입한 책인데 할인을 감안했다고 해도 나로선 가격 대비 본전이 조금은 많이 생각이 난다.
물론 장점은 많고 또 의미도 있는 책이다. 저자가 한국인인데 이 추론과 사실의 진위 여부에 대한 판단은 내 능력을 벗어난 것이니 접어두고 한국에서 이 정도로 섬세하고 깊이 있는 중세 상징에 대한 철학적 연구가 진행됐다는 사실엔 놀랐고 또 박수를 쳐줄 수 있다.
그러나 저자가 서문에 언급한 문학과 철학을 사랑하며 '행복한 책읽기'에 몰두하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썼다면 이건 명백한 실패다.
이 제목에 이런 표지를 한 책을 고를 때 대부분의 독자들은 좀 더 넓고 얕은 지식을 원한다. 물론 이 정도 깊이와 현대성과의 나름대로 연결성을 찾는 작업을 선호하는 독자에겐 충분히 칭찬받을 수 있다. 하지만 결코 편안하고 행복한 책읽기는 아니었다.
일단 너무 많은 각주. 각주가 필요한 그 내용들은 각주로도 이해하기 힘든 것이 군데군데 존재한다. 잘난 척이 아니라 난 중세부터 르네상스에 대한 기초 지식과 최소한의 흐름만큼은 파악하고 있는 독자다. 그런 내게도 중간중간 붕 뜨거나 연결이 되지 않는 내용들이 있었다.
매 챕터 초반부에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영화나 애니매이션을 차용해 주제와 연결시켜 풀어나가는 시도는 신선했고 또 나름 의미가 있으면서도 납득이 가는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도입부의 힘이 그 챕터 끝까지 끌어가고 또 연결성을 주느냐의 부분에선 역시나 고개가 조금 갸우뚱,
전체 내용에 대한 느낌을 요약하자면 박사 논문의 첫 초고를 보는 것 같다.
차라리 이 책에 나눠진 4개의 챕터를 한 권에 다 몰아넣을 생각을 하지 말고 하나 당 한권씩 좀 심도있고 다양하게 짚어줬더라면 어쩔까 하는 아쉬움을 많이 가졌다.
중세의 지식과 현대를 연결해보려는 시도 측면에선 의미가 있지만 중세의 지식과 상징을 체계적으로 전달해주는 부분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감상문 도입부에서 밝혔듯 중세의 상징에 대한 자료 확보 차원으로 눈에 불을 켜고 읽었음에도 그런 부분에선 특별히 새롭거나 독특한 내용을 건지지 못했다.
그러나 한가지 욕구는 확실히 생겼다. 로베르토 베니니의 '몬스터'는 꼭 찾아서 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