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일 | 창비 | 2020.? ~ 11.3
우리 세대에겐 깐수로 더 유명한 정수일 작가의 책.
오랫동안 내 책장에 있는, 그가 번역한 이븐 바투타 여행기를 읽으려다가 두께에 질려서 워밍업 차원으로 이걸 꺼냈다. 상하 두권으로 나눠져 있는데 상권은 한참 전에 읽었고 하권은 거의 다 읽고 마지막 몇 챕터를 남겨놨다가 어제 읽어 치우려고 갑자기 앉아 2일 밤과 3일을 살짝 몇분 차이로 넘기면서 끝냈다.
이제는 모두가 그의 정체를 아는 터라 그런 건지, 아니면 나름의 컨셉인지 맞춤법나 단어 선택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전형적인 기준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는 게 읽으면서 가장 눈에 띄었고... 내용은 고대부터 조선까지 우리 역사가 세계와 교류한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아는 내용들도 많지만 그 깊이나 시각이 다른 부분을 발견할 수 있는 것들도 있어서 식상하거나 지겁지 않았다. 가장 재밌었던 부분은 표해록과 이슬람과 우리 역사와의 만남 부분들, 그리고 씰크로드(책의 표기법을 그대로 따랐음)와 우리 역사의 접점 등.
이슬람 교도이자 동남아인으로 위장하고 한국에 잠입한 간첩답게 이슬람 문화에 대한 그의 통찰력이나 시각은 다른 한국 학자들에게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라는 걸 새삼 느낌.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정수일, 혹은 깐수는 북한이 우리 역사학계에 준 선물이란 누군가의 표현에 공감함.
내년까지 이븐 바투타 여행기를 꼭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