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땅이 있는지도 몰랐다 -> 증거가 나오면 사퇴한다 -> 측량현장에서 오세훈 봤다 증언이 줄줄줄 -> 그게 논점이 아니라는 오세훈의 유체이탈을 보면서 끄적.
오세훈이 측량현장에 있었다는 걸 본 양반 중 하나가 그날 오세훈이 생태탕을 먹었다를 두고 16년 전에 뭘 먹었는지를 어떻게 기억하냐는 공격이 들어오던데.... 오세훈 정도로 꾸준히 오르내리는 인물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봄.
나만 해도 2003년 해설이 있는 발레 대본 써줄 때 어느 달의 해설자였던 오세훈 부부와 만남, 대화를 거의 디테일하게 기억하고 있다. (오세훈 봤다고 주변에 얘기한 흑역사도... ㅎㅎ;;; 그때는 이렇게 국민밉상이 될줄은 몰랐... -_-;;;)
발레로 튄 김에 남의 밥을 얘기하자면, 벌써 20년도 더 전 국립발레단의 초청으로 우리나라에 처음 온 유리 그리가로비치 옹이 진수성찬을 마다하고 러시아 음식 좀 먹게 해달라고 해서 -러시아 음식점 황무지인 서울에서 간신히 수소문해서- 이태원인가의 허름한 러시아 음식점에서 식사하셨던 것도. (아직 부고는 못 봤으니 아직 살아계실 텐데 벌써 90이 훨씬 넘으셨겠구나. 건강하시길... 영감님의 사랑의 전설은 이데올로기가 예술로 승화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끝판왕이었어요. 내 인생 작품.)
이 와중에 내가 먹은 메뉴를 복기해 보면... 4~5살 때 아마도 마가린을 발라 구워줬을 식빵 토스트. 약간 탄듯한 색감과 후라이팬에 구운 그 축축한 식감이 희한할 정도로 명확하게 떠올랐다.
정확한 위치, 날짜, 장소가 기억나는 메뉴는 국민학교 1학년 생일 파티 때 라면. 라면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울 모친은 내게 라면을 주지 않으셨다. 생일 때 뭐 먹고 싶냐는 물음에 주저없이 라면을 외쳤고 그날 나는 행복하게, 초대된 친구들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그날 라면을 먹었다. ㅎㅎ; 지금 생각하니 친구들에게 쫌 미안하긴 하지만.... 생일상에 라면 말고도 다른 음식도 많이 있었으려니 함. 그러나 다른 메뉴는 완벽하게 뇌에서 삭제. 촌스런 분홍꽃이 얹어진 초코케이크가 있었나??? 있었겠지???
세월호의 비극이 일어났던 날 점심은 먹은 장소(지금은 사라진 그집 칼국수), 메뉴, 동행자와 나눴던 대화까지 생생하다. 아마 이건 내가 죽거나 치매가 올 때까지 기억하지 싶다.
오세훈 측에서 논점으로 내세우는 내가 아닌, 남의 메뉴에 역점을 두자면.... 역시 기억나는 거 또 있음. 연도가 확실치 않아 찾아보니 2001년인데, 서울발레시어터에서 웨어하우스라는 발레를 공연했다. 야심차게 뮤지컬처럼 장기공연을 시도했으나 망하고 (참 좋은 발레였는데 아쉬움) 조기종연된 마지막 공연 날 끝난 뒤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주연인 나모 무용수를 모시고 부대찌개를 먹었다. 그날 제임스 전 안무가께서 선물로 들어온 케이크를 우리 모임 때 먹으라고 하사까지 해주셨고. ^^
안철수 촬영 간 PD(나중에 김재철과 짝짜꿍해서 언론도 타고 욕 무지 먹은... 나한테 아무리 잘 해줘도 이상하게 정이 안 가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이 양반)는 안철수가 혼자 짜장면 불러 먹고 자기들은 안 사줬다고 투덜거렸고, 돌아가신 이종대 유한킴벌리 회장님은 00탕 집에 데려가 PD랑 00탕을 먹었음. 나랑 AD는 도가니탕 예의상 시켜놓고 밥이랑 깍두기만 먹었고. 고건 전총리랑 먹은 가게의 곰탕과 수육 정말 맛있었는데. 어딘지 좀 다시 찾아가고 싶다. 이렇게 기억을 더듬다보니 20세기 어느 날, 강남의 모나이트에서 나랑 내 친구한테 껄떡거린 인기가수의 백댄서(근데 얘가 춤춰주던 가수보다 나중에 한동안 더 떴음)가 마시던 맥주도 아련히 떠오르네.
더 생각하면 더 나오겠지만 별 영양가 없는 일이니 여기서 정지~
오세훈 일당은 기억을 없애는 알약이라도 먹이고 싶겠지만... 인간의 신비한 기억력이여~란 소리가 절로 나오는구나.
이제는 미래지향적인 일에 몰두해야겠다.
덧. 간혹 오시는 ㅅ님. 우리가 ㄱ님과 셋이 처음 만난 날 명동에서 성~ 피자 먹었던 거 기억하시나요? 글 저장하려는데 갑자기 기억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