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룡 | 도서출판 월인 | 2021.6.24~30
상상력이 모자란 인간이라 내 머릿속에 자료가 충분히 쌓이지 않으면 진행이 안 되기 때문에 요즘 열심히 고구려 독서 + 예전에 읽었던 책들 정리 중인데 고구려를 연구하는 역사학자들에게 정말 깊은 존경과 동정이 생기도 있다.
이 양반들은 정말.... 그야말로 일생이 지푸라기 더미에서 바늘찾기랄까. 예전에 조정래 작가 인터뷰 했을 때 그분이 태백산맥 쓸 때 철저하게 묻힌 일들이라 정말 모래사장에서 쌀알 한알씩 줍는 심정으로 자료 찾고 물어물어 찾아가 인터뷰 하셨다던데 고구려 학자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나는 그나마 이들이 찾아놓은 쌀알이랄지, 바늘 중에서 쓸 것들을 모아내고 있음에도 눈알이 빠지고 멀미가 나고 있는데 이 책은 그런 파편 맞추기의 최고봉이랄까 싶음.
고구려 문학 하면 그나마 아는 게 황조가와 을지문덕의 여수장우중문시 정도인데 여기에선 영고석이나 인삼찬, 명주가, 연양가, 내원성가라는 새로운 이름들을 만날 수 있다. 슬프게도 제목과 내용만 남아 있거나 그나마도 거의 없이 제목만 덜렁 있는 한정된 자료를 가지고 저자는 중국 책을 파고, 우리나라 다른 사서들을 이 잡듯이 뒤져서 어떻게든 그 파편을 이어서 형태를 추론해내고 있는데.... 읽는 나도 힘이 드는 이 작업을 어떻게 다 했는지 존경스러움.
이건 한문과 우리 역사서 전반에 대한 어마어마한 지식이 없으면 불가능한 작업인데, 이런 학자들에게 고구려의 좀 더 많은 자료가 주어지면 어떤 결과를 뽑아낼지 아쉽고 또 기대도 되고 그런 느낌.
며칠 전에 피맛골에서 훈민정음 활자와 여러 유물들이 항아리에서 발견되서 좋은 의미에서 난리가 났는데 고구려 역사도 이런 기적이 좀 일어나면 좋겠다. 내게 타임머신 탈 기회가 생긴다면 정말 바로 고구려 후기로 가서 유기랑 신집이랑 기타등등 역사책 여러 질 챙겨 기름종이에 꽁꽁 싸서 옻칠한 상자에 넣어 평양이랑 개성, 서울(여기가 제일 파괴될 확률이 높긴 하지만. 아파트 짓는데 이런 거 나오면 바로 쥐도새도 모르게 묻어버리거나 태워버릴듯. -_-+++), 중원 고구려비 있는 근처 곳곳에 묻어두고 싶음. 여러 군데 파묻어두면 그 중 하나는 어찌어찌 살아남겠지.
아직 읽을 책은 태산이긴 하지만... 지금 보는 것만 끝내면 이제 슬슬 쓰면서 읽고 정리해야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