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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착하게 살자

by choco 2021. 7. 25.

는 생각이 쬐끔 더 드는 오후.

내 작업실 옆라인에 바이올린 레슨실이 생겼다.

건물 구조가 쫌 애매해서 내 작업실을 거기로 오해하고 문을 두드리는 일이 간혹 있었는데 요즘 학생을 늘렸는지 갑자기 그 빈도가 확 늘어났음. 어떤 날은 거의 1시간에 한번 꼴. (1시간 간격으로 학생이 오는 모양) -_-;;;; 

조용히 일하다 문 두드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기에 지쳐서 문에다가 그 레슨실 주소와 가는 법을 크게 적어 붙여놨더니 이제는 그런 일은 사라졌고 난 평화를 얻었구나~ 했는데 오늘 작업실 앞에 웬 복숭아 한상자가 떡~  (고백하자면 참다참다 그거 쓰던 날은 -_-+++ 상태라 처음 쓴 안내문은 열 받음이 팍팍 보이는 명령문. 근데 글은 유하게 쓰는 게 밥벌이로 수십년 몸에 배다보니 출력한 최종문구는 아주 친절한 안내문이 됐음)

요약을 하자면 아무 컴플레인 없이 그냥 안내만 조용히 붙여줘서 미안하고 고맙다고 선물을 두고 갔다.

솔직히 찾아가서 주의 좀 시키라고 말할까라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으나...  아무리 자세히 얘기해줘봤자 귓등으로 듣는 사람에겐 소용이 없는 터라 그냥 내 선에서 해결을 했는데 복숭아로 돌아왔네.  더구나 오늘 복숭아 사려고 했는데 이런 횡재가.  ㅎㅎ 

작업실 옆집은 피아노 쌤인데 피아노 옮겨오느라 뭐 좀 물어보려고 했더니 시끄럽다고 컴플레인 온 건가 하고 깜짝 놀라더라는. ^^;;;;  내가 컴플레인 하고 ㅈㄹ을 떨었으면 피아노 전문 운반업자나 조율사에 대한 정보도 못 얻었겠지. 

솔직히 국딩 때 피아노부터 시작해 20년 넘는 내 음악인생 동안 우리집 주변의 이웃들은 얼마나 그 소음을 견디며 참을 인자를 그렸을지. 그때는 층간 소음이며 그런 것에 피차 좀 뻔뻔하고 여유롭던 시절이라 고딩 때는 밤 10시까지도 연습을 해댔었다. 특히 얼마 전에 이사 가신 우리 옆집 아주머니... 정말 사소한 거 하나 넘어가는 게 없이 깐깐하고 보통 분이 아니신데 재수 때까지 그걸 다 참아주셨으니 새삼 고맙다는 생각이 새록새록 드네. 

나도 한 까칠하는 인간이긴 한데, 그래도 비슷한 눈높이의 일상에선 그냥 좋게좋게 서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게 길게 보면 균형이 맞춰지는 것 같긴 하다. 

물론 위에서 나를 뜯어먹으려는 건 절대 넘어가지 못하고 안 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