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이 의미없었던 어제. 여전히 부슬거렸다 쏟아졌다 잠시 멈췄다를 반복하는 오늘.
반지하층에 쏟아진 물로 세상을 떠난 자매와 딸, 이 와중에도 철근 자르다가 감전사한 노동자와 수해 현장에서 가로수 작업하다 역시 감전으로 돌아가신 노동자들.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는 사실의 혹독한 증명인 서울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됨.
노통 -> 이메가로 넘어갔던 시기는 내가 가장 활발하게 홍보작가 위주로 밥벌이를 하던 시절이라 많은 정부 부처와 일을 했고 자신이 구축한 시스템의 힘을 믿었던 노통의 이상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를 실시간으로 체험했다. 윗대가리가 이상해지면 너무나 멀쩡하게 열심히 일하던(혹은 일하는 척이라도 하던) 공무원들이 얼마나 순식간에 복지부동과 무능력의 대명사가 되는지를 나만큼 혹독하게 겪었던 사람도 그리 많지는 않을듯. (본디 머리가 이상해지거나 나쁘면 손발인 나 같은 아랫것들이 제일 고생한다. 을도 아니고 병이나 정이었던 인생. ㅠㅠ)
때문에 윤씨가 되어도 문통이 잘 해놨으니 괜찮아~ 어쩌는 멍충이들을 보면서 속으로 ㅗㅗㅗ 를 수없이 날려줬지만 3달도 안 된 지금은 내가 윤씨 일당과 오세이돈을 정말 과소평가했구나 반성하고 있음.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막가파 탐관오리들이다. 내가 이메가를 재평가하는 날이 올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메가는 최소한의 눈치는 보면서 뭐든 하는 척이라도 했구만 이 게으른 작자들은 그것조차도 귀찮아서 못 하는구나. 아니면 천한 백성들의 눈초리를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거나.
공화국의 시민이 아니라 공고한 지배층이 지배하는 왕정의 백성이 되기를 선택한 자들에겐 마땅한 대접이겠지만 어떻든 형식이 민주주의인 이상 공화국 시민도 연좌죄로 같은 취급을 당해야 하는 것이 비극. 난 고등학생이 된 이후 늘 공화국의 자유 시민이었지 한번도 백성이길 원하지 않았고 백성인 적이 없었다고!!!
윤가는 피차 초면이었다고 정말 말도 안 되는 쉴드라도 쳐주는데, 10년 전에 오세이돈 때문에 그 난리를 겪고도 다시 뽑아준 사람들 머리는 그냥 목 위에 달린 인테리어 용품이지 싶음. 1년 만에 정말 잽싸고도 알뜰하게 하수도 정부 예산 왕창 털어갔으니 이 난리가 안 나면 신기하지. 제발 저 둘 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숨만 쉬다가 내려가면 좋겠다만... 해먹을 게 많은데 그럴 리가 없겠지.
이메가가 내게 준 유일한 이득이 그 온갖 사기 행각에 울 부친이 나를 빨갱이라고 욕하지 못 했던 거였는데, 윤가가 내게 해주는 유일한 긍정적인 일 역시 식탁에서 정치 얘기를 사라지게 한 것. 온갖 요상하고 정신 나간 정치 유튜브에 푹 절여지긴 하셨는데 오랜 사회 생활로 마지막 지성은 지키고 계신지 윤가가 제대로 하고 있다는 소리는 차마 못 하고 침묵을 택하심. 이나마라도 고맙다고 해야하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