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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트위터 & 이글루스

by choco 2022. 11. 8.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하기 전부터 시끌거리더니 역시나 인수 다음날부터 트위터가 난리인데 이걸 보면서 떠오르는 이름이 이글루스. 

블로그가 한참 대세던 당시 블로거지가 설치는 네이버는 싫고 다음은 불편하고 지금은 사라진 파란은 뭔가 애매하고 구글은 사용하기 까다로워서 정착한 곳이 이글루스였다.  뭐랄까, 어느 정도 배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전원주택 마을 같다고 해야하나?   상업적인 글이나 남의 사생활에 크게 관심없는 나같은 사람에겐 적당히 거리감 있는 사는 얘기와 유용한 정보가 모여있고 그 정보에 대한 나름대로의 검증이 댓글과 연결 포스팅으로 이어지는 이글루스가 딱이었다. 

그러다가 당시에 제법 잘 나가던 이글루스는 SK에서 인수하면서 지금 트위터에서 난리난 것처럼 엑소더스가 일어났다.  SK가 이글루스를 네이버처럼 만들 거라는 우려에 누군가가 이노리와 티스토리를 만들었고 비슷한 사양의 두 사이트는 티스토리로 통합되었다.  

물관리를 위해서 티스토리는 사용자가 준 초대장으로 블로그를 열 수 있었고 스킨 편집 등 사용자의 자율도가 높아서 약간의 해방구 느낌이었으나 다음에 인수되고 다음이 카카오에 먹히면서 개악에 개악을 거듭하면서...  이하 생략. 

여튼 SK가 야심차게 인수한 이글루스는 쇠퇴에 쇠퇴를 거듭하다가 다시 SK가 토해내고 지금은 옛 영화는 찾을 수 없으나  그 과정에서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걸러져서 초창기의 뭔가 전문가스럽거나 오타쿠(?)스러운 글들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에 유지는 되고 있다.  당시에 몇년간 썼던 글이며 자료가 아까워서 돌아갈까 생각도 종종하지만 십수년간 여기에 쌓은 이삿짐이 너무 많아서 생각만 하고 있음. 

평균적인 인간성과 공감 능력을 가진 공화국의 시민이라는 인간의 하한선을 유지하면서 아웃사이더적인 성향(아닌 것 같으면 차단하면 되니까 성향 유지가 가능함)과 느슨한 네트워크가 마음에 들어서 돈 내라고 한다거나 큰 문제가 없는 한 트위터를 떠나지는 않을 예정인데,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보건대 트위터는 -머스크는 지구상에 존재도 모를 확률이 높은- 이글루스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예상 중.  머스크가 SK보다 돈이 많기는 하지만 그만큼 트위터가 잡아먹는 돈의 덩어리도 비교할 수 없이 큰데 과연 얼마나 이걸 붙잡고 있을까 궁금은 함. 

트위터의 가장 강점인, 대화는 인간과만 할 수 있다는 장점은 사라지지 않기를.  근데 트위터에서 머스크 차단은 가능한 건가?  페북은 주커버그는 차단할 수 없다던데.  찾아보긴 귀찮고 언젠가 타임라인에 머스크 뜨면 한번 시도는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