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심, 박승범, 길기태, 김종만, 김창석, 이귀영, 정치영, 정완진, 오승환, 송만영, 이현숙, 서보경 | 서울역사편찬원 | 2023.1.11? ~2.7
잡스의 노예에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이고 중독은 좀 줄여보자는 디톡스 일환으로 가능한 매일 조금이라도 종이책을 읽고으려고 노력 중인데 그 찔끔찔끔도 쌓이니 그래도 결과가 나오기는 한다. 책의 두께에 따라 대충 한달에 한권 꼴로는 읽어나가는듯.
교보에서 약 올리는 것처럼 주문만 하면 품절이고 다시 품절 풀리고 하는 걸 두번 겪은 뒤 예스24에서 주문. 주문 넣고도 어쩌려나 했는데 다행히 슝~ 잘 왔다.
오래된 거, 역사적인 거 다 때려 부시고 그 자리에 이상한 거 올리면서 돈 챙기는 것에만 눈이 벌건 오세훈 치하에선 (개인적으로 오세훈은 우리 역사랑 원수가 졌나 싶을 정도) 절대 불가능한, 2015년에 발간된 서울 2천년사 시리즈 중 한권. 서울를 조선 수도였던 6백년이 아니라 백제의 수도였던 2천년 전까지 거슬러 챙겨 훑어온 책이다.
워낙 오래되기도 했고 승자 위주로 쓰는 게 역사다 보니 문헌학적으로도 빈곳이 많고 또 조선이라는 왕조와 부동산에 미친 대한민국이 덧씌워지다보니 위례라 불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한성 백제의 흔적은 찾아보기 쉽지 않은데 그 파편들을 하나씩 다 끌어모아서 펼쳐주고 있다.
토착신앙과 국가 제사부터 유불도교의 흔적 같은 정신적인 것부터 공예품이나 집, 음식, 의복, 마을부터 무덤까지 어떻게 살았을까를 찾아보는 내용들, 그리고 일본과 교류와 일본에 남아 있는 백제 문화를 각 분야 전문가인 저자들이 유물과 사료를 근거로 조근조근 설명해준다.
역사학자들 특유의 안정적으로 보수적인 시각이라 참신한 가설이나 재미는 없지만 그 한계 안에서 연구 결과를 만나고 상상해보는 즐거움이 있는 책. 상상 말고 어느 정도 구현된 현실이 보고 싶지만 땅값이 미친 서울에서는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한 불가능이겠지.
그리스나 이태리 보면서 조상 덕분에 후손들이 아직도 먹고 산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면 저들은 조상의 유산을 물려 받을 자격이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우리도 받은 게 꽤 있지만 아파트 못 지을까봐 열심히 다 때려 부셨으니 뭐... 조상 욕 할 자격이 없음.
각설하고, 서문을 보니 총 40권이라는데 다 읽거나 소장하는 건 무리고, 흥미가 많이 가는 것 위주로 나중에라도 하나씩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중간중간 어려운 이름이나 유적 번호 등등은 대충 사선 읽기로 훑어버렸지만 재밌게 잘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