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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문(국내)

한국 고대사

by choco 2023. 7. 20.


윤내현    만권당   2023.7.13~19

 

여러 대학의 교수님과 박사님들과는 상당히 다른 행보를 보이는 (걸로 느껴지는) 윤내현 박사의 한국 국가 이전 시대(선사니 역사니 하는 말은 옳지 않다고 주장하는 저자의 의견을 따라) 부터 흔히 삼한시대라고 배운 열국시대까를 죽 한 흐름으로 훑어주는 책이다. 

고조선에 슬슬 관심을 가져보는 터라 윤내현 박사의 책을 하나씩 모으고 있는데 다른 책들은 너무 두꺼워서 덤벼들 엄두가 나지 않아 비교적 만만해보이는 이 책부터 잡았는데 아주 술술 읽어진다.  

국사를 배우긴 했고 이 과목 만큼은 거의 대부분 만점을 받으며 고등학교까지 마쳤지만 사실 아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것도 아닌 동네인데 이 책은 내 기억 속의 그 '앎' 혹은 지식에 많은 혼동을 가져온다.  

일단 용어부터 짚자면, 제목부터 등장한 저 국가이전이니 열국부터 시작해서 호모 에렉투스 = 곧선사람, 호모사피엔스= 슬기사람,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 슬기슬기 사람 등 고유 명사는 물론이고 채집을 그러모으기로 쓰는 등 외래어 홍수 속에 잊고 있었던 우리말 사랑까지 떠오르게 한다고 할까.  역사 지식 외적인 면으로도 아주 재밌었다. 

내용은... 내가 배우고 알던 고조선과 다른 시각이 신선하다.  흔히 단군조선 -> 기자조선 -> 위만조선 -> 한나라에 의한 멸망이 정설인데 저자는 기자조선이나 위만조선은 고조선의 거수국가로 취급하고, 멸망한 고조선의 일부가 이주해 세운 한반도의 국가들은 고조선 때 이미 존재했던 거수국가라고 설명한다.  근데 이게 상당히 납득이 가서 끄덕끄덕. 

정치사회 뿐 아니라 각국의 생활사니, 과학 기술 등 미시적인 부분도 다뤄줘서 소소한 걸 좋아하는 독자 입장에서 즐거웠다. 

근데 이런 급진적인 학설을 내세우는 분이 어떻게 대학교수씩이나 할 수 있었을까? 했는데 책 말미에 역사학자 이덕일 소장의 해제를 보니 역시나 우여곡절이 많았던 모양.  제일 웃기고 (당사자 입장에선 굉장히 황당했을 것 같은) 치사하다고 느꼈던 건 '리지린의 고조선 연구'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쓴 '고조선 연구'를 갖고 자그마치 사학자들이 안기부에 간첩 혐의로 신고했다는 것.   

요즘 지맘에 안 드는 건 닥치고 신고해대는 극우 지식인이라고 주장하는 것들은 무식해서 그렇다고 치지만, 명색이 학자면 학문으로 소위 현피를 뜨던지 키배를 떠야 하는 거 아닌가?????  석사는 이해할 수 없는 박사들의 정신 세계임.  어릴 때 사학과 가고 싶었으나 한문의 장벽을 넘을 자신이 없어서 일찌감치 포기했는데 조상님이 도왔지 싶음.  ^^; 

한국의 고대사를 읽을 때마다 안타깝게 느끼는 게 그놈의 환단고기 때문에 제약이 너무 많아진다.  한발짝만 옆으로 나가도 환빠라고 공격하는데, 일단 지성인들은 다 움찔하게 되는 만능 무기가 되어버렸음.  자꾸 스스로를 검열하게 만든다.  전두환 때 국뽕 + 우민화를 위해서 정책적으로 환단고기를 마구 밀어줬다던데... 무식하고 욕심 많은 무리가 자기들의 영달을 위해 마구 싼 똥은 수십년이 지나도록 남아서 국가와 국민을 병들게 하는구나. 

환단고기의 폐해를 적다보니... 요즘 인도와 중국이 떠오르네.  우리도 아직 못 치웠으면서 이게 무슨 심뽀인가 싶지만, 쟤네도 조상 올려치기가 만만치 않은데 그건 또 어떻게 저 국가의 후대에서 치울지 기대(?)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