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석탄일 연휴와 그 주에 약속이 몰릴 줄 모르고, 미래를 모르는 집순이가 한참 전에 잡았던 약속. 금요일에 경복궁, 월요일에 공구싸롱에 이은 외출.
스마일 떡볶이에서 오랜만에 쫄볶이와 참치김밥을 먹고 설렁설렁 걸어서 국중박으로~
외국이었으면 또 언제 나오나!!! 하면서 억지로 불타올라겠지만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상대적 여유로 느긋하게 1층과 2층에서 제일 땡기는 전시실만 슬슬 3시간 정도 돌아봤다.
동물그림을 잘 그렸다고 하는 종친 화가 이암의 모견도. 혹은 어미개와 강아지. 어미개의 빨간 목걸이와 방울, 목걸이에 달린 빨간 술을 보면서 조선시대 견주들도 자기 개 꾸미기에 진심이었던 걸 재발견. 그림도 그림이지만 이암과 견주에게 내적 친밀감이 폭발했다. ^^
아마도 국중박의 모나리자이지 싶은 사유의 방.
독일로 짐작되는 단체 관람객들이 그 방향으로 가는 걸 보고 피하려고 다른 걸 먼저 보고 갔는데 그분들도 다른 곳을 둘러서 왔는지 딱 마주침. -_-;;; 그 양반들이 떠나가자 일본인들이 몰려오고 중딩 단체가 몰려오고... 이름은 사유의 방이나 사유하기엔 항상 너무나 바쁘고 번잡한 방인 것 같다. 평일 오후에도 이 정도니 주말은 도떼기 시장이지 싶음.
여하튼 그런 외적인 것과 별개로 참 아름다운 두 반가사유상. 하나는 굉장히 여성적이고 또 하나는 약간 남성에 가까운 중성미가 있는 두 반가사유상을 이렇게 나란히 있으니 느낌이 남다르다. 이렇게 기획한 큐레이터에게 👍👍👍
앞쪽도 멋지지만 뒷모습도 아름다우니 한바퀴 빙 도는 거 강추~
기증관 전시실을 죽 둘러보는데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 부상으로 받은 청동 투구가 있었다.
신의주와 단둥을 달리며 마라톤을 준비하고, 일장기를 달고 올림픽에서 달렸고 우승했고, 그 우승으로 인해 조선 독립의 구심점이 될까봐 해방 때까지 내내 감시와 고초에 시달릴 때 정말 어떤 심정이었을지... 내가 꼭 다큐로 만들고 싶었던 기획 중 하나가 바로 이 손기정 선수의 올림픽 이전. 그러나...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꽤 오랫동안 북한도 중국도 협조를 해주지 않겠지. ㅠㅠ
황영조 선수가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1위로 들어올 때 정말 춤추면서 맞이하던 그 모습이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 환희는 바라보는 우리에게도 눈물이 났는데 당신은 어떠셨을지. 국군 정훈교육 영상에도 그 장면을 활용해서 꽤 좋은 평을 받았는데... 조선총독부를 자처하는 지금 정권 치하의 매국 국방부에선 아마 대본 단계에서 짤릴듯.
멀쩡한 나라 통째로 일본에게 팔아넘기지 못해 눈이 벌건 인간들 꼬락서니 안 보고 돌아가셔서 정말 다행이란 생각을 함. 부디 평안하게 영면하시고 아랫쪽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생기시면 일단 기레기들에게 벼락 좀 내려주시길.
바로 위 저 주전자는 박물관 아트샵에서도 복제품을 파는데, 그냥 봤으면 구매 욕구가 생길 정도로 예쁘고 실용적인 찻주전자 혹은 술주전자였겠으나... 진품 보고 난 눈은 그 아우라가 없는 복제품에 지갑이 열리지 않더라. ^^; 2층에 기증품 전시실이 참 아기자기하고, 그 기증자의 취향이 드러나는 전시물이 모여 있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 세대에겐 성문영어로 영원히 기억될, 혜전 김성문 선생이 전시품 보면서, 저 전시품에 우리도 초미세먼지 하나 정도는 보태지 않았을까 친구랑 둘이 쏙닥. ㅎㅎ
삼한과 삼국의 금붙이와 패물들~ 신라의 금세공 기술은 정말 연구 대상임. 현대의 레이저 땜 기술로도 저렇게 정교한 땜은 불가능... 어떻게 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