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 패밀리 - 빕스

안 해도 될 일을 해야하게되면 무지~하게 열받아서 모든 작동이 정지되는 아주 못된 회로를 가진 인간이라 열이 식을 때까지 요 며칠 잠수 모드였다.

대장끼리 의견 통일 안 한 클라이언트의 변덕과 그걸 중간에서 컨트롤하지 못하고 모조리 다 들어주는 중간 에이전시 때문에 장장 6번의 수정.  -_-;  좀 전에 마지막 대본이라고 못을 박아서 메일을 전송하고 앉으니 회로가 조금은 정상 작동을 하기 시작한다.

금요일에 예전에 같이 일했던 친한 감독과 저녁 약속~  그때는 AD였고 나보다 어려서 놀려먹는 재미가 톡톡했는데 역시 세월이 지나니 노련해져서 이제는 일방적으로 놀려먹지는 못하고 티격태격하는 재미로 변화한 관계. 

거의 2년만에 만나서 비 질질 오는 금요일날 늙은이(?) 둘이 등촌동까지 가서 빕스에 갔다.  -_-V

이제는 늙어서 남이 갖다주는 게 좋지 내가 갖다먹는 부페는 별로 선호하지 않아서 몇번 갈 기회가 있었어도 아웃백이나 베니건스 같은 곳으로 돌렸는데 결국 한번은 가야하는 운명이었던 모양. 

소감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한창 잘 먹는 사람들에겐 꽤 남는 장사일 것이고, 특히 20대 중반 이하에게 밥을 살 일이 있다면 여기 가는게 사주는 사람에게는 폼 내고 돈은 20% 정도 남기는 일이지 싶음.

새우, 전복 구이와 스테이크, 립이 골고루 나오는 투썸 플레이스를 시켰는데 (+ 샐러드바) 다른 패밀리 레스토랑보다 나쁘지도 특별히 좋지도 않은 딱 패밀리 레스토랑표 맛과 질이다.  이렇게 시키고 음료와 디저트, 파스타 등등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게 가격면에선 확실히 이득인듯.

부페란 것이 늘 그렇듯 종류는 많이 늘어놨지만 먹을 건 고만고만.  샐러드바는 평범한 수준이지만 신선도는 있었다.  다만 빠른 회전에 비해 채워지는 속도가 좀 느린 것은 개선해야할 점인듯.  수프가 3종류가 있고 볶음밥이 있는 건 밥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훌륭한 배려일듯.

난 다른 것보다 파삭한 타코가 준비되어 있다는 건 특히나 내 마음에 들었다.  또띠야도 따뜻하게 덥혀져서 있었고.  그런데 아쉽다면 타코에 넣는 고기 양념이 너무 달았다는 것.  -_-;;; 

새우를 엄청 강조를 하던데 칵테일 새우는 특별히 맛있는 걸 모르겠고...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은 어릴 때 야쿠르트 얼려서 먹던 맛이 났다.  녹차 아이스크림은 괜찮은 편.  시트가 너무 두꺼워서 깨긴 했지만 티라미수도 괜찮은 수준이었다.

내 돈 내고 내가 밥 먹으러나, 혹은 누가 사준다면 사양하겠지만 위에 썼듯 조카나 고딩이나 대학생 사촌 동생에게 밥을 사줄 때는 고려 대상에 올려놓을듯.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