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적인 얘기들이 많이 들려서 꼭 가보고 싶었지만 내 동생을 비롯한 내 가장 만만한 식도락 멤버들의 치명적인 문제가 모두 하나같이 닭고기를 싫어한다는 거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추천받는 메뉴인 콤보 세트엔 모조리 닭이 들어간다. -_-; 작년 연말부터 내내 멤버 구성에 난항을 보이다가 저번에 승진턱을 얻어먹은 ㄷ군에게 그동안 내 컴을 지켜준 공로를 치하(?)할 겸 4월 30일에 날을 잡아서 출동.
주차는 해밀턴 호텔 지하에 하고 오면 주차권에 도장을 찍어준다는데 딱 1시간짜리다. 무슨 서서갈비집도 아니고 그런 곳에서 1시간만 공짜 주차를 하도록 해주다니 이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음. 주차 문제는 50점.
메뉴판을 보니 파에야 등 다양한 메뉴가 있고 르 생텍스처럼 칠판에 그날의 메뉴를 소개해주는데 별로 땡기지 않는다. 르 생텍스와의 차별성도 없는 것 같고... 파에야나 콤보세트를 먹는 게 제일 남는 장사인 것 같다.
콤보세트는 a부터 d까지 네종류가 있는데 뒤로 갈수록 양이 많아지고 가격은 당연히 올라간다. 종류도 살짝살짝 바뀌는 듯. 이전에 갔다온 사람의 포스팅을 보면 양고기도 있었는데 그건 빠진 것 같아서 서운.
잘 먹는 남자가 둘에 나랑 내 동생 역시 못 먹는 편은 아니라 4-5인용이라는 콤보 d 세트를 시켰다. 콤보를 시키면 빵, 샐러드, 감자가 세트로 딸려나오고, 딱딱하고 구운 미니 바게트에 찍어 먹을 소스를 먼저 갖다 준다.
주문을 받으면 그때부터 굽기 시작하는지 한 15분이 경과된 뒤에 세트가 나오는데... 일단 양은 좀 적은 편이다. 딸려나온 음식들을 싹싹 다 먹고, 이 콤보까지 먹으면 간신히 배가 고프지 않을 정도. 양이 많은 남자들끼리 간다거나 하면 뭔가 더 시키는 게 필요할 수도 있을듯.
양도 적고 비싼데 맛까지 없으면 분노의 포스팅이 되겠지만 맛은 상당히 좋은 편~ 무엇보다 짜지 않아서 너무 좋다. 이빠네마 등 브라질 스타일 바베큐 전문점 같은 곳에 가면 너무 짜서 괴로웠는데 여긴 좀 심심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간을 억제한 바베큐들이다.
그리고 스테이크 고기의 두께며 질도 좋은 편이었고 미디움 레어를 주문했는데 딱 그대로 정확하게 나왔다. 치즈를 넣어 구운 닭가슴살은 좀 퍽퍽하긴 했지만 기름기가 쏙 빠진 깔끔한 맛. 소세지들이며 베이컨을 두른 가리비의 굽기 상태도 완벽~ 돼지고기는 약간 퍽퍽하 니 많이 구워진 감이 있지만 딸려나온 플럼 소스와 함께 먹으면 궁합이 환상이다. 4가지 소스와 다양한 고기들을 한 자리에서 맛있게 먹는 괜찮은 요리였다.
음식이 양에 비해 비쌌지만 와인은 오히려 싼 편. 보통 이런 레스토랑에선 시중에서 파는 와인 가격의 2-3배를 넘게 받는데 여긴 1.5-2배 수준이다. 본래 주문했던 몬테스 알파가 다 떨어졌다고 해서 DURIUS라는 스페인 와인을 시켰는데 미디움 바디라는 설명 치고는 살짝 가벼워 고기에 비해 좀 밀리는 감이 있었지만 와인 자체를 놓고 보면 보관 상태나 퀄리티가 괜찮았다.
마무리로는 그날의 디저트인 초콜릿 무스를 먹었는데 이것도 심하게 달거나 느끼하지 않고 괜찮았음.
분위기도 괜찮은 편이니 여자 꼬시는 데이트를 하거나 이벤트를 하려는 사람들은 이용해도 좋을듯. 여자들끼리의 점심이나 저녁 모임 장소로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러나 적절한 가격으로 푸짐하게 배 부르게 먹는 모임이라면 비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