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용산역에서 시민 추모 분향 받았다.
인증샷을 찍어 올리는 사람들은 그 나름의 의미와 생각이 있을 테지만 나는 안 찍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사진은 찍지 않고 그냥 그 기억을 글로만 남기려고 한다.
오전에 가려다가 시간이 애매해서 저녁에 갔다. 썰렁하면 어쩌나 걱정했던 게 무색하게 멀리 긴 줄이 늘어서 있어서 일단 안도. 내가 갔던 시각 시민 조문객의 80% 정도가 젊은 남성들이어서 좀 놀랐다. 아무래도 가장 피부에 와닿는 사건이니 그렇지 싶음. 눈물 닦는 청년을 보면서 2030 남성들에 대한 선입견이랄까, 절망감이 조금은 희석되는 걸 느꼈다. 조문객 나머지 20% 는 내 또래 여성들. 드문드문 젊은 여성들과 중년 남성들이 보였다.
줄 서서 한참 기다리는 동안 예수님 욕 먹이는 예수쟁이 할머니 한 명 출몰해서 가뜩이나 우울한 기분 잡치게 했던 게 불쾌한 헤프닝이었고, 중간에 어머님이 갑자기 통곡하시는데... 정말 가슴이 미어지더라. 북받치는 슬픔을 참을 수가 없었겠지. 이 순간이 악몽이었으면, 깨어나면 다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그 바람을 알기에 멀리서라도 위로를 드리고 싶지만 쓸 말을 지금도 찾을 수가 없다.
여기선 피눈물 흘리는데 박훈련병 훈련한 그 부대에선 치맥 파티 했고 그걸 사진으로 올린 무개념들이 있다는 소식 보고 어제 분향소에서 조금 품었던 희망이 바스스 가루가 되고 있다. 도대체 인간의 바닥이 어디인지에 대한 의문이 떠오르고 있음.
죄없는 죽음에 책임있는 자들이 응분의 대가를 처절하게 받기를. 그것만이 평생 찢어지는 가슴을 안고 살 박 훈령병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아주 조금의 위로가 되겠지.
어릴 때 교육의 영향으로 함무라비 법전은 야만과 전근대의 상징으로 알았는데 요즘 한국 사회를 보면 함무라비 대왕님이 옳으시다는 생각을 하게 됨.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 정의가 지켜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