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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이명박, 뉴라이트, 건국절 등등

by choco 2024. 8. 13.

역사는 주인공 내지 직접 관여자로 그 안에서 찢고 싸우고 한 것들의 기록이 주류이긴 하지만 그 주변 언저리 인간들의 경험담도 남길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라 기억이 더 흩어지기 전에 내 기억을 끄적. 

21세기에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겨 그 원인을 찾아가보면 이명박이 있다는 말은 정말 과학인 것 같다.  특히 역사와 사회 곳곳에 이 쥐새끼는 정말 불가역적인 폐해를 입혔고 현재진행형인 것도 확실.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때는 내가 방송작가라는 간판을 달고 정부 홍보물을 가장 활발하게 했던 시기다.  똑같은 공무원이 대통령 한명에 따라 얼마나 멍청하고 무능하고 무책임해지는지를 실시간으로 목격했고, 유인촌을 비롯해서 아니라고 박박 우기는 블랙리스트도 현장에서 직접 듣고 그 인물을 제외하면서 일해야 했었다. 

이명박이 집권 초반부터 츠키야마 아키로 등등 왜놈이라는 온갖 욕을 먹을 때도 -나도 이명박 욕을 엄청 하던 일원이긴 했지만- '그래도 설마?' 했던 토종 왜구 본색을 처음으로 실감한 건 국방부 정훈 교육 영상 만들 때.  

군대에선 주적 개념이 확실하다.  특히 교육물의 경우는 북한에서 미군 사진이나 성조기 걸어놓고 찌르는 훈련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적은 명확하게 악의 축.  박근혜 정권 초반에 이제 도저히 못 하겠다 다 털고 나와서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2000년대 중후반까지는 그랬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때까지 일본은 우리나라를 식민지배해서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 수탈한 원수 ->  강제로 나라를 빼앗기고 온갖 치욕과 고통을 겪었다 -> 힘을 키워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어야 한다. 는 삼단논법은 정해져있고 이걸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하느냐가 중요했다.  작가로서 나는 원색적으로 전진하려는 정훈 장교들을 살살 달래서 적절한 비중으로 재미와 교훈을 섞은 내용물을 만들어내는 게 일이었고. 

그런데, 이명박이 들어서면서 군대 교육물에서 일제 강점기 내용이 다 사라지기 시작.  바로 직전까지만 해도 더 넣겠다는 정훈장교들과 씨름하면서 강점기 관련한 적절한 배분을 주장했어야 했는데 역사 교육에서 일제 강점기 비중은 줄이거나 아예 빼버리기 시작한 게 이명박 때부터다.  당시 이 블로그 어딘가에서도 썼었는데 '이메가 일당은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역사는 아예 지워버리려고 하는구나.'가 당시 현장에서 받았던 내 인상이고 기억이다. 

건국절은 2008년 ktv에서 건국 6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제작한다고 기획 구성 의뢰를 받았었다.  아마 봄으로 기억되는데... 무슨 회의를 하고 나오면서 (하러 가면서?) 잠실인지 어딘지 2호선 전철역 역사 안에서 그 전화를 받았다.   건국절 어쩌고에 일단 1차로 머리가 띵.  당시에 일도 많이 주고 친한 감독이라 바로 자르지 못하고 나중에 전화하겠다면서 끊었다가  다음날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 

내가 한 결정 중에 갖아 잘 한 일이 그거지 싶음.  그 감독이랑 하면 편하고 또 짠돌이 ktv 치고는 원고료도 괜찮아서 고민을 전혀 안 한 건 아니었지만 그거 거절한 나를 10년 넘게 칭찬하고 있다.  그때 그걸 했으면 정말 내 인생에 다시 없을 흑역사에 오점이고 또 지금처럼 떳떳하게 이명박이며 윤석열 패거리들을 매국노라고 욕하지 못 했을 것 같다.  삼성이 돈 댄 이메가 빨아주는 다큐 안 한 것, 이 건국 60주년 다큐 안 한 것, 박근혜 대선홍보팀에 안 들어간, 양심의 최하한선은 지킨 덕분에 토왜들의 단골 레퍼토리인 "넌 그 상황에서 친일 안 했을 것 같냐!"는 공격에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친일파는 안 됐을 거야!" 라고 스스로에게 답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2008년 그 해인가 그 전해인가는 가물가물한데, 건군 60주년 기념 행사를 국방부에서 정말 전군을 다 닦달하며 거~~~하게 준비하던 때라서 그 관련 영상은 열심히 했었던 기억이 나네.  건군 60주년 행사 회의 들어가면 정말 중령은 대걸레 들고 바닥 닦고 준장, 소장은 커피 서빙 한다는 농담을 현실로 봤었다.  대단해보이던 원스타가 허리도 못 펴는 거 웃겼음. 

여튼, 건군 60주년 때는 국군은 광복군, 독립군의 후예 어쩌고 하면서 엄청 그런 역사 찾아 붙이고 나름대로 자부심 뿜뿜했었다.  홍범도 장군도 못 잡아먹어 안달인  윤완용 치하인 지금이라면 엄두도 못 낼 것 같다는 게 슬픔.  

광복 60주년 다큐할 때, 3.1 만세운동 100주년 다큐할 때 정말 행복했었는데.  정말 그 시절이 꿈결 같다.  

세상이 어떻게 미쳐 돌아가든, 내 양심의 하한선은 꼭 지키면서 살자.  그런 의미에서 오늘 민족문제 연구소 정기후원하려고 했는데 카드 등록에서 자꾸 오류가 남. 🙄 전화로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