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조사용으로 질러놓은 이런저런 법률가 시리즈의 마지막 책이다.
내가 원하는 자료를 담고 있느냐를 우위에 놓고 만족도를 평가하자면 상. 그런 목적과 상관없이 책에 대한 인상과 느낌을 놓고 얘기하자며 중에서 하 사이.
이렇게 평가가 박한 것은 내가 자화자찬을 읽거나 듣는 걸 엄청 싫어하기 때문일 것이다. 재수없이 그런 사람을 친한 친구나 윗사람으로 두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의 자화자찬을 참고 들어줄 일이 별로 없지만 난 직업상 그런 얘기를 진지하게 맞장구까지 쳐가면서 들어줘야 할 일이 너무나 많은 관계로 일과 떠나서는 거의 알레르기다. -_-;
뭐... 잘난 놈이 잘난척 하는 건 잘나지 못한 내가 참아줘야 한다는 주의긴 하지만 책 한권에 걸쳐 골고루 한명식 돌아가면서 하는 끝없는 자랑과 자기 포장 레퍼토리 읽기는 그다지 즐거운 경험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판사, 검사, 변호사들의 자기 얘기를 제외한 정보, 그 종사자만이 알고 있는 시스템적인 부분들은 상당히 유용하다. 더불어 한국 로펌서 일하다 미국 로스쿨 가서 공부하고 미국 변호사 자격증 딴 것을 보고 무지 존경했던 형부가 정식 로스쿨이 아니라 외국 법률가를 위한 LLM 과정을 밟아서 자격증을 땄다는 사실도 알게 됐고. LLM을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로스쿨의 그 빡센 과정보다 널널한 건 사실이지....
소소하게 뽑아먹을 에피소드들도 꽤 많이 건졌으니 내용에 대해 유감을 가질 이유는 없다고 결론 내렸음. 이건 자기 소개의 한계이기도 하니 탓할 수도 없다. 나도 나에 대해 얘기를 쓰라면 가능한 좋은 얘기를 쓰지 내 얼굴에 침을 뱉지는 않을 테니까.
법조인이라는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어떤 마인드를 갖고 있고, 그 동네가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 최소한의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상당부분 그럴듯하게 포장된 진실에 푹 빠져드느냐, 적당한 선에서 가려내는 것 역시 각자의 판단일 것이고.
르포 스타일의 내밀하고 특별한, 폭로성 내용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비추.
책/기타
판사·검사·변호사가 말하는 법조인 - 15인의 판사·검사·변호사가 솔직하게 털어놓은 법조인의 세계
임수빈 | 부키 | 2007.3.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