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던 요크셔 골드 티와 포트넘&메이슨의 실론 오렌지 페코, 세작을 탁탁 털어 마시고 새로 개봉한 차들이다~ ^^ 바야흐로 신차 개봉 시간이라고나 할까.
꽁꽁 밀봉된 새 차를 개봉하는 건 -이미 내 호르몬이 정상치 이하로 내려가버려 그런지 몰라도- 소개팅을 주선받고 어떤 남자가 나올지 기다리는 것보다 더 두근거린다. 더불어 -물론 상대도 비슷한 생각을 하겠지만- 소개팅에 나오는 남자들이 괜찮을 확률보다 이쪽이 몇배나 더 높다는 것고 좋은 점. ㅎㅎ
내 평생 처음으로 구입한 우전이고 내가 차에 치른 가격 중에 최고가. -_-;;; 본래 선물을 하려고 샀는데 외국에 있는 사람이다 보니 어영부영 때를 놓쳐서 상태가 최상일 때 나라도 맛있게 먹자는 마음으로 그냥 개봉. ㅎㅎ;
맛은.... 최상이다. 여리여리 연두빛 앙증맞은 찻잎이 사르르 풀리면서 우러나는데 향기는 그다지 강하지 않지만 잡맛이 하나도 없고 그야말로 환상. 3번 정도 재탕을 해서 우렸는데 2번째와 3번째 우린 게 더 맛이 깊고 좋은 것 같다.
작년에 ㅎ님에게 삥뜯은 세작을 우연히 너무 잘 끓여서 마시고 느꼈던 감동의 최소한 2배 이상. 일본 만화의 오버스런 표현을 빌리자면 찻물을 한모금 머금자 내가 녹차밭 한가운데 서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수도물로 대충 끓여도 이 정도인데 정말 녹차 잘 끓이는 사람이 물을 제대로 골라서 정성스럽게 끓이면 어떤 맛이 날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우전~우전 노래를 하고 왜 좋은 수제차를 찾아다니고, 또 수제차를 그렇게 비싸게 받는지 이제는 이해할 것 같다. 능력이 된다면 나도 이런 차를 마시고 싶을 정도. 정말 이 맛을 즐길 수 있다면 절대 돈지랄이 아니다.
판매원은 도인촌이란 곳이고 한당 선생인지 하는 제조자가 직접 자기 이름을 걸고 만들어내는 수제차이다. 특징이라면 죽염수를 사용한다는 것인데 -언제 쓰는 건지는 모르겠음- 그것 때문인지 찻잎을 꺼내보면 죽염으로 짐작되는 하얀 가루들이 살짝 비치긴 함.
그래서 혹시 맛이 찝찌름하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전혀 아니다~ 죽염의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 아주 미량의 염분이 맛을 더 풍부하게 해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진을 한장 찍어서 기록을 남겨놔야겠음. 얘에 필 꽂혀서 요즘 녹차만 열심히 마셔주고 있음. 지난주에 마셨던 마리아쥬의 그 후지산 녹차도 좋았지만 내 입맛에는 얘가 더 상질이다.
이번에는 홍차로~
스리랑카 회사니 당연하겠지만 ASNAF에서 나오는 실론 홍차들이 가격 대비 질과 맛이 아주 괜찮다. 특히 이 회사에서 나왔던 UVA B.O.P가 내게 너무나 감동의 맛이었기 때문에 그것보다 한단계 퀄리티가 높다는 -당연히 가격도 한 단계 높음. -_-;;;- ASNAF UVA F.B.O.P.F 를 구입했고 열어놓은 실론티가 똑 떨어진 핑계로 개봉~
균일한 분쇄 상태로 만들어놨던 BOP에 비해 당연하지만 찻잎들의 크기는 더 크다. 그리고 우바임에도 꼭 누와라엘리야 찻잎처럼 보이는 색깔과 향. 준비한 찻잎을 넉넉히 넣고 평소 하던 대로 티포원에 넣고 우렸다.
잎의 크기가 커서 평소보다 조금 늦게 찻물을 내려서 마시는데 음.... 뭐랄까... 티푸드와 궁합이 좋지 않았는지 아니면 내가 준비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B.O.P 우바를 처음 마실 때 온 몸을 감아도는 것 같은 그 몽글몽글한 특유의 향이 느껴지지 않는다.
현재로선 살짝 실망. 그래도 한번으로 이렇게 단정지어 버리기는 좀 그러니 조만간 재시도 예정이다. 그때는 내가 왜 그랬던가 싶도록 인상을 확 바꿔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