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Life by the Numbers로 1998년에 나온 책이다.
정상적으로라면 절대 내가 살 책은 아니고... (동생은 이 책을 보더니 자기가 사려던 걸 내가 샀다고 무지 좋아하고 있다. ^^;;;) 화학으로 이루어진 세상을 사면 공짜로 주는 이벤트에 딸려왔다. 주메뉴인 화학~은 너무 두거워서 천안 가는 길에 이 별책부록(?)이 먼저 간택되었음.
일단 수학이니 숫자니 하는 얘기나 나오면 바로 몽롱해지는 뇌를 가진 고로 상당히 건성으로 시작했는데 다행히 제목과 달리 수학이나 숫자 얘기는 직접적으로 많이 언급되지 않는다. 다만 수학이 우리 실생활에 응용되고 있는 부분, 과학과 예술, 특히 컴퓨터 부분에 기여하고 있는 실제적인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내가 막 컴퓨터라는 것을 쓰기 시작하던 90년대에 내 머릿속을 어지럽게 하던 그 프락탈이며 당시엔 경이로 느껴지던 가상현실이나 그래픽이 수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게 된 게 수확이라면 수확일 수 있다.
워낙 그 부분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관계로 이 책의 내용은 2007년의 독자가 읽기엔 좀 낡은 감이 없잖아 있다. 아니 꽤 많다.
그러나 다른 부분들, 스포츠, 예술이나 생물학, 물리 등 다른 분야와의 연관성들은 아직은 시간의 흐름에 크게 거슬리지 않으면서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내게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었던 건 -이건 내 취미 생활과 연관이 있기에 그렇겠지만- 트리플 액셀을 성공시키기 위한 미국 피겨 코치들의 노력에 관한 에피소드이다. 1980년대부터 구 소련 선수들을 중심으로 성공시키기 위한 트리플 액셀. 그 기술의 비밀을 풀어내 효과적으로 미국 선수들에게 가르치기 위한 수학적인 분석과 코칭 기법... 그 수학적 분석이 미국 선수들에게 트리플 액셀을 가르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하니...
현대 스포츠는 인간의 능력과 노력만으로는 승리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극명하게 보여주는 한 예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그 난리를 쳐도 못하는 선수들이 여전히 더 많으니까 아직은 재능과 과학의 힘이 반반씩 작용한다고 해야하나?
예상 외로 재미있는 책이었다.
책/과학
수학으로 이루어진 세상
케이스 데블린 | 에코리브르 | 2007.4.27